[칼럼 - 한정찬] (시) 이 겨울에

[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시인 한정찬의 "이 겨울에"


 

1. 겨울 산

  

마른 초목에

바람이 걸려

떨고 있다.

 

공기는 맑고

산안개는

바람 부는 곳으로 흐른다.

 

겨울 산은 말이 없고

찬바람이 지나간

시간만이

스멀스멀 등고선에 고인다.

 

시린 언어들은

상고대 끝에서

화살표의 방향을 바꾼다.

 

밤새

바람이 잠자리를 흔들어

잠은 모두 사라졌다.

 

문을 열면

바람에 칼춤 추는

눈보라가

시야에 부서진다.

 

눈이 오면

산은 더 조용해지고

겨울 산은

침묵에 깊어만 간다.

 

겨울 산에서는

체온은 시리지만

마음은

얼지 않는다.

 

삼한사온

한기와 온기 사이

기억의 리듬에

겨울 산은

맑은 목소리로

영혼을 노래한다.

 

땅이 얼면

겨울잠이 시작되고

나이테는

느린 대답을 한다.

 

눈 속에서

초목은

바람 소리를 듣는다.

 

눈 위를 스친 바람

은빛 결로

눈부시게 반짝인다.

 

멈춤과 잠 속에서

모두는

변화를 꿈꾼다.

 

언 땅이 풀리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겨울 산은 다시

그 힘을 드러낼 것이다.

 

겨울 산은

소박하다.

 

홀로 선 나무는

비우는 법을 알지만

바람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겨울 산에서

화살기도를 한다.

 

불필요한 언어가

사라지고

행동이 투명할수록

더 믿음이 간다.

욕심을 비울수록

더 가벼워진다.

 

겨울 산처럼.

 

 

 

2. 겨울 강

  

눈이

겨울 강에 내려

물소리를 녹인다.

 

아직 겨울 강 중심에는

파랗게 물이 흐르고

눈보라는 거기서 멈춘다.

 

눈 내리는 소리는

귀보다 먼저

몸에 닿아

굳은 마음을 푼다.

 

낙엽 하나

부러진 가지를 싣고

겨울 강에 떠내려간다.

 

옛날 뗏목

그 자리에

지금은

AI라는 시간을 달고

겨울 강은

자신의 차가움을 모르고

말을 잊은 채

손을 놓지 않는다.

 

차가움 속에도

데우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겨울 강은 안다.

 

 

 

3. 겨울 바다

  

겨울 바다는

사랑을 안다.

 

차가운 파도로

모든 부서진 것들이

응답이 늦어도

파도는 되돌아오고

쓰러진 해조는

다시 몸을 세운다.

 

섬들은

자신이 육지라고 믿지만

뿌리는

늘 바다에 젖어 있다.

 

겨울 바다는

추위를 보지 않는다.

눈을 뜬 채

녹이는 일에만 집중한다.

 

파도 소리를 잃으면

겨울 바다는 끝난다.

침묵한 파도는

우주의 숨결을 막아버린다.

 

가난한 어부의

빈손에

오늘 하루가 놓이고

소금처럼 짠 기쁨이

혀끝에 남는다.

 

겨울 바다의 용서는

파도에 실려

춤추다 무너지고

바람은

수평선을 이해하지 못해

한참을 바라본다.

 

눈(雪)은

내리자마자

바람결이 되고

겨울 바다 안으로

녹아내린다.

헤어지고

부서지고

다시 뭉치는 것.

 

그것이

겨울 바다의 방식.

 

그러니

시를 건져 올려라.

시를 낚아 올려라.

고독의 울음을 말리고

시련에 고통을 잠재우는

시를 지어 보아라.

 

그리하여

다시

겨울 바다가

가르쳐 준

이 뜨거운 포옹에

기꺼이 응답할 때

살아 있는 것들은

조용히

살갑게 살아간다.

 

겨울 바다같이.




 

▲한정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정찬

□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한 줄기 바람(1988)외 29권, 시전집 2권, 시선집 1권, 소방안전칼럼집 1권’ 외

□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충남문학발전대상, 소방문학대상, 소방문화상, 충청남도문화상 외



작성 2025.12.22 10:36 수정 2025.12.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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