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대평동 ‘우주수학교습소’ 서종우 원장 “수학은 문제풀이가 아니라 사고력의 구조를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기계공학 석사의 논리로 다시 시작한 인생 2막, 깊이 있는 수학 교육의 길

 

▲ 세종 대평동 ‘우주수학교습소’ 

 

세종 대평동의 한 조용한 거리, ‘우주수학교습소’의 교실에서는 풀이보다 ‘생각의 흔적’이 먼저 보인다.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는 대신, 학생 스스로 원리를 탐색하며 길을 찾는다. 이곳의 서종우 원장은 “수학은 정답을 맞히는 학문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를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서종우 원장의 첫 경력은 교육이 아닌 공학이었다. 그는 기계공학을 전공해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대기업 연구소에서 기술 기획과 특허, 국가과제 관리업무를 담당했다. “연구소에서는 머리를 많이 써야 했어요. 하지만 기업의 경쟁 구도가 몸과 정신에 크게 부담되어 스트레스 과잉 상태로 지냈습니다”

 

그는 대장염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면서 40대 중반에 회사를 떠났다. “몸이 한계에 다다르니, 다시 내 삶을 설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제게 남아 있던 건 ‘수학적 사고력’이었어요.”

 

그렇게 그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학창시절부터 좋아하던 수학으로 다시 돌아와, 다른 학원에서 7년간 강사로 경험을 쌓았다. “처음엔 감이 다 떨어져 있었죠. 학생들에게 신뢰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7년간 매일 문제를 풀며 다시 ‘전성기’ 이상의 실력을 되찾았어요.”

 

그때 그는 결심했다. “이제 남의 교실이 아닌, 나만의 교육 철학이 담긴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바로 ‘우주수학교습소’다.

 

▲ 사진 = 우주수학교습소

 

국내 수능과 해외 AP·IB 수학을 함께 다루는 ‘두 축의 교육’

우주수학교습소는 국내 중·고등 내신 및 수능 대비 수업과 함께, 미국 유학 대비(AP·IB) 수학 과정까지 동시에 운영하는 세종 내 보기 드문 교습소다. “한쪽은 국내 입시 중심의 논리적 훈련이고, 다른 한쪽은 해외 수학의 언어적 접근이에요. 두 가지를 함께 가르치면 학생들이 훨씬 넓은 시야로 수학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는 AP(Advanced Placement)·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과정을 분석하며 해외 교재에 나오는 수학 용어와 개념을 한국식으로 해석한 전용 해설 자료도 직접 만든다. “국내에는 번역된 교재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해설집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 원장의 수업에는 ‘풀이’가 없다. 대부분의 수업에서 그는 학생에게 개념을 설명하는 대신 책을 먼저 읽고 스스로 풀어보게 하는 ‘사고형 수업’을 진행한다. “모르는 개념이라도 스스로 해봐야 합니다. 실패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길을 발견하며 진짜 수학적 사고가 자라요.”

 

▲ 사진 = 우주수학교습소

 

그는 이 과정을 ‘통찰학습(insight learning)’이라 부른다. “쥐가 미로를 찾을 때 처음엔 시행착오를 반복하지만, 어느 순간 길이 보이는 순간이 오죠. 그게 바로 ‘아하(aha)’의 순간이에요. 그런데 선생님이 중간에 너무 개입하면 이 통찰의 순간이 오지 않습니다.”

 

그는 뇌의 ‘해마(hippocampus)’를 예로 든다.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탐색할 때 해마의 공간적 사고 영역이 활성화돼요. 그 과정을 통해 수학적 심상(image)을 구축하게 되죠. 이 심상이 쌓일수록 아이는 ‘수학의 구조’를 머릿속에서 시각화하고, 결국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즉, 서 원장의 수업은 단순히 개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뇌가 스스로 수학적 연결망을 구축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힘들어하고 불친절하다고 느끼지만, 곧 그 매력에 빠집니다. 자기 힘으로 길을 찾은 경험은 어떤 칭찬보다 큰 자존감을 줘요.”

 

그는 복소수나 수열, 미적분처럼 처음 접하는 개념도 학생이 직접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처음엔 불안해하지만, 스스로 길을 찾은 경험이 쌓이면 ‘아, 수학이 이렇게 연결돼 있구나’를 깨닫게 되죠.”

 

▲ 사진 = 우주수학교습소

 

서 원장은 국내 기출문제뿐 아니라, 경찰대·사관학교·동경대 기출 문제를 활용한다.

그는 “우리나라 수능 문제만으로는 수학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사관학교나 일본 대학의 문제에는 ‘이 개념이 왜 생겼는가’를 묻는 질문이 많습니다. 학생이 개념의 철학을 이해해야 응용력이 생기죠.”

 

그의 교습소에서는 학생마다 서로 다른 맞춤형 문제 세트를 받는다. “모든 학생에게 같은 문제를 주면 그건 훈련이지, 교육이 아니에요. 각자 어려워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그 지점을 파고드는 문제를 따로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학생별 일일 테스트 데이터를 축적해 개별 문제집을 제작한다.

“단순한 오답노트가 아니라, 학생의 약점과 사고 경향이 고스란히 쌓인 ‘개인 수학책’이 되는 거예요. 그 아이만의 성장 로그가 되는 셈이죠.”

 

그의 교육 방식은 단기간 성적 상승을 약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의 결과는 분명했다. 그는 한 고3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4월에 처음 왔을 때 수학이 5등급이었어요. 6개월간 거의 1대1로 붙어서 지도했죠. 그 해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았습니다.”

 

그 학생은 이후 원하는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5등급이 1등급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아이의 의지와 스스로 사고하는 힘이 만든 결과였죠.”

 

또 다른 학생은 초등 6학년, 자폐성 심리장애를 앓고 있었다. 여러 학원에서 적응하지 못했지만, 서 원장의 수업에서는 처음으로 ‘수학이 재미있다’는 말을 했다. “처음엔 30~40점 수준이었는데, 중1 때는 70~80점까지 올랐어요. 자신감을 회복하더니 표정부터 달라졌죠.”

 

서 원장은 스스로를 ‘코치’보다 ‘관찰자’에 가깝다고 말한다. “학생이 막힐 때마다 힌트를 던져주되, 대신 풀어주지 않습니다. 제가 개입하는 순간, 사고는 멈춰요. 학생이 스스로 해결해낼 때 비로소 진짜 배움이 일어납니다.”

 

그의 수업은 조용하다. 학생이 문제를 잡고 씨름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제 일입니다.”

 

▲ 학생별 일일테스트 (사진 = 우주수학교습소)

 

“문제집을 만드는 교습소, 체계로 승부한다”

현재 서종우 원장은 직접 제작 중인 ‘수능 + 미국 수학 통합 문제집’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학생의 약점을 중심으로 구성된 문제집을 만들고 싶어요. 기존 교재는 모든 학생에게 같은 문제를 던지지만, 저는 개별 난점을 분석해 그 부분을 집중 훈련시키는 구조로 설계 중이에요.”

 

또한 그는 ‘미국 수학 용어집’도 함께 만들고 있다. “외국 교재의 용어는 한국 학생들에게 생소하죠. 예를 들어 limit, convergence, locus 같은 단어를 수식만이 아니라 개념 이미지로 연결시켜 ‘언어적 장벽’을 허무는 게 목표예요.”

 

그 용어집은 단순 번역이 아니라, 국내 학생이 미국 수학을 ‘언어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개념 가이드북이다. 장기적으로는 국제 수학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에 참가할 수 있는 학생 팀을 꾸릴 계획도 있다. “언젠가 ‘우주수학’이라는 이름으로 국제대회 무대에 서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수학의 즐거움을 세계 무대에서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서 원장은 인터뷰의 마지막을 학부모에게 전하는 조언으로 마무리했다. “수학은 단기 성과의 학문이 아닙니다. 아이가 어느 학원에 다니든, 선생님을 믿고 장기적으로 맡겨주세요. 중간 성적에 흔들리며 옮기면, 그때마다 학습의 흐름이 끊깁니다.”

 

또한 학부모가 교재나 진도를 정하려는 태도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전문가를 믿고 맡기세요. 아이의 약점을 정확히 아는 건 선생님뿐입니다. 그 신뢰가 결국 아이의 성장을 만듭니다.”

 

‘우주수학교습소’의 수업은 일반적인 학원 풍경과 다르다. 문제 풀이 대신 사고의 흔적이, 정답 대신 탐구의 과정이 남는다. 서종우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그게 진짜 수학이에요.”

 

세종 대평동의 작은 교실,

그곳에서 오늘도 누군가는 스스로의 한계를 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작성 2025.12.22 23:22 수정 2025.12.2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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