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근 회장 “지속적 지하수 유출, ‘도시 재난’으로 관리해야”

한국건설방수학회/한국건설안전환경실천연합 오상근 수석회장



[더인사이트뉴스 박주환 기자] 최근 도심지에서 지반침하(땅꺼짐) 사고가 반복되며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노후 상수관 파손이나 일시적 굴착 사고로 치부하기엔 발생 빈도와 규모가 심상치 않다. 지난 12월 9일 국회에서 개최된 도시 재난 대응력 강화 협력 거버넌스 구축 토론회에서 ‘지속적인 지하수 유출, 특히 지하 구조물 누수로 인한 2차 지하수 유출이 도시 지반침하의 새로운 구조적 원인‘이라는 내용이 제시되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건설방수학회장 겸 한국건설안전화경실천연합 수석회장을 맡고 있는 오상근 방수전문가(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를 만나, 지하구조물 누수와 지반침하의 본질과 해법을 들어봤다.

 

Q. 최근 지반침하 사고가 잦아지는 근본적인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도심 재개발과 고밀화로 저심도·대심도 지하공간 개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가장 큰 구조적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하 주차장, 대형 지하상업시설, 지하철, 지하도로, 공동구, 복합환승센터 등 지하 구조물이 늘어나면서 지하수 유출 역시 필연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유출이 공사 중 일시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준공 이후에도 구조물 내부로 누수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영구적으로 지하수가 배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도시 지반을 서서히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Q. 1차 지하수 유출’과 ‘2차 지하수 유출’을 구분해 설명하셨는데요.

A. 건설공사 중 굴착 공사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지하수 유출을 저는 ‘1차 지하수 유출’이라고 봅니다. 이는 공법과 관리에 따라 일정 부분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준공 이후 지하 구조물 외방수의 결함으로 인해 수년,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지하수 배출, 즉 ‘2차 지하수 유출’입니다. 이 유출수는 눈에 보이지 않게 토사를 씻어내고, 지하수 흐름을 왜곡시키며, 결국 어느 날 갑자기 지반침하로 표출될 수 있습니다.

 

Q. 환경부(기후에너지환경부)는 유출지하수를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A. 환경부가 2020년도 기준으로 국내 유출지하수가 연간 약 1억4천만 톤에 달한다고 발표한 것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의 지하 건축물과 기반 시설에서는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자원순환 측면에서 이를 재활용하겠다는 정책 방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유출 지하수를 재활용한다는 이유로 지하수 유출 자체를 방관하거나,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지하수 유출을 계속 허용하면서 활용만 논의하는 것은 도시 기반의 장기적 안전을 해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지하수 유출을 최소화하는 구조적 대안’, 즉 지하시설물 외방수 성능 확보(누수 예방)와 기존의 지하 시설물 누수 차단(보수)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Q. 국회에 열린 도시재난 대응력 강화 포럼에서도 ‘외방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A. 그렇습니다.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국회재안전포럼, 미래 국토인프라혁신포럼, 한국안전리더스포럼 등 공동 주최)된 토론회에서 ‘지하 시설물 외방수는 지하수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최후의 방어선으로, 한 번 실패한 외방수는 이후 반복적인 보수를 해도 구조물 외측에서 발생하는 지하수 유출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유출수는 주변 지반을 지속적으로 침식하고, 결국 지반침하라는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저는 지하시설물 외방수 부실을 ‘장기·누적형 도시 재난 요인’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Q. 현재 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건설 현장에서 방수공사의 중요성이 여전히 도외시되고 있습니다.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심지어는 건축주(발주자) 들도 시설물 누수 문제가 골칫거리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막상 설계나 시공 과정에서 철저히 누수 예방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일에도 국회에서 ‘스마트시티 미래 방향’이란 주제 하에 ‘잠재적 건설재난·중대재해·안전사고 예방 대책으로 시설물 방수 설계 및 감리 기술 고도화 방안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당시에도 지반 조건, 지하수위, 구조물 거동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수 설계와 시공 검증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방수 설계기준의 제정과 공정 세분화’, ‘방수공사 품질 강화를 위한 전문 감리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Q. 현장 차원의 해법으로 ‘방수시공품질관리사’의 역할을 강조하셨습니다.

A. 지하 구조물의 2차 지하수 유출은 대부분 설계와 시공 사이의 관리 공백에서 발생합니다. 이를 메울 수 있는 현장 중심 인력이 바로 ‘방수시공품질관리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방수재 선정부터 시공 순서, 접합부·관통부 등 누수 취약부 검증, 시공 중·후 품질 점검까지 방수공사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말 그대로 방수 실패를 막는 현장의 마지막 관문에 해당하는 전문가입니다.

 

Q. 한국건설방수학회가 추진 중인 제도적 방향도 궁금합니다.

A. 방수학회는 현재 약 70여명의 방수시공품질관리사를 중심으로 민간 재능기부형 방수 전문자격제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격증 소지자 배출이 아니라, 방수 분야의 축적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공공 안전과 성능 확보에 환원하는 모델입니다. 국가 재정을 투입한 사후 복구보다 민간 전문가의 재능이 우선 활용되는 사전 예방적 가치가 큰 효율적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모든 건설현장의 방수공사에서 이들이 나름대로의 재능 기부를 통한 누수 예방 품질 관리에 참여하여 안전한 방수 성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직 구체적 실천 방안에 대해서는 건설 현장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으며, 전문 인력 추가확보 및 교육, 관련 법 제도와 기술 기준의 마련도 필요합니다. AI 시대를 맞이하여 스마트시티 건설에서 데이터 센터 건설, 소형 원자로 건설, 지하도시 건설 계획이 진행되고 있으나, 이들 시설물에서 누수 예방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습니다. 준공 후 사용 과정에서의 누수 문제는 심각한 사용 제한과 시고로 이어지며 구조적·경제적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안으로 방수설계 기준과 감리 기준을 제정하고, 유능한 방수시공품질관리사들을 적극 배출하는 활동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피력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도심지 지반침하는 더 이상 우연한 사고가 아닙니다. 지하수 유출 관리 실패가 누적된 결과로 나타나는 도시 재난입니다. 도시 안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서서히 혹은 갑자기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하 및 지상의 모든 건설 구조물에서 누수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있다고 봅니다. 이는 누수예방을 위한 근본적 안전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선적 대안으로 방수설계 기준의 제정, 방수공사 전문 감리제도 도입, 그리고 방수시공품질관리사 참여제도는 이제 건설 산업에서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적 필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작성 2025.12.23 12:14 수정 2026.03.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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