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칼럼 - 박동명장로] 혼돈의 계절, 성탄은 우리에게 '커다란 소망'이다.

▲박동명/연신교회 장로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성탄절은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셔서 죄와 죽음 아래 신음하던 인류에게 구원과 소망을 주신 날이다. 동시에 성탄은 우리 사회가 겪는 경제적 불안, 공동체 붕괴, 극단적 갈등의 현실 앞에서 “다시 오실 주님”을 바라보며 오늘을 새롭게 해석하고 살아가도록 부르시는 하나님의 초대이기도 하다. 성탄은 위로의 계절이면서, 책임의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성탄의 핵심은 “임마누엘”이다


성탄의 복음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임마누엘의 선언이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임마누엘은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마 1:23).

또한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눅 2:11)라는 말씀은 성탄이 막연한 감정이 아니라 역사 속에 들어오신 구원의 시작임을 분명히 한다. 말씀은 추상이 아니라 사건이 되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요 1:14).

성탄의 낮아지심은 곧 십자가와 부활로 이어지는 구원의 이야기다. 주님은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7–8). 성탄은 십자가 없는 낭만이 아니라, 십자가로 향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시작된 사건이다.


둘째, 예수의 탄생은 ‘구원의 실체’다


성탄이 주는 선물은 단지 “아기 예수”의 따뜻한 이미지가 아니다. 성탄은 죄에서의 구원이라는 실체를 선포한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마 1:21).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

성탄은 율법 아래 종 되었던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로 부르시는 사건이기도 하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우리로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갈 4:4–5). 그러므로 성탄을 믿음으로 받는 성도는 죄책과 두려움에 매인 존재가 아니라,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요 5:24)는 약속 안에 사는 새 사람이다.


셋째, 성탄은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재림을 향한 현재의 약속이다


초림의 예수께서 베들레헴의 말구유에 오셨다면, 재림의 주님은 영광 가운데 다시 오셔서 세상을 심판하시고 하나님 나라를 완성하신다. 신약의 증언은 성육신–십자가–부활–승천–재림이 하나의 구속사적 흐름임을 가르친다.

그래서 성탄을 기념하는 교회는 동시에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계 22:20)라고 고백하는 대림의 공동체다. 재림 신앙은 현실 도피가 아니다. 오히려 “마침내 정의가 세워진다”는 믿음이기에, 오늘의 불의와 냉소를 견디게 하고, 오늘의 책임을 더 무겁게 만든다. 세상이 우연과 혼돈에 방치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야말로 무너지는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기둥이 된다.


넷째, 위기의 한국 사회 한복판에서 성탄은 ‘두려움을 이기는 평강’이다


오늘 한국 사회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압박, 양극화와 불평등, 청년의 좌절, 노년의 고립, 가족의 해체, 공동체 신뢰의 붕괴를 동시에 겪고 있다. 갈등은 증폭되고, 언어는 거칠어지며, 사람들은 서로를 쉽게 단죄한다. 불안은 개인의 마음을 넘어 사회의 공기를 바꿔 놓는다.


이때 성탄의 천사는 먼저 “두려워하지 말라”는 복음을 전한다.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눅 2:10). 또한 주님은 지친 삶을 향해 분명히 초청하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성탄의 빛은 위기의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한복판에서 울고, 함께 짐을 지고, 공공선과 정의를 향해 걸어가게 한다. 성탄의 평강은 감정의 안정만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능력이다.


다섯째, 성탄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으로 연결돼야 한다.


성탄은 교회 안의  행사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임마누엘을 믿는 성도는 임마누엘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의 탄생은 사회를 향한 구체적인 사랑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용서받은 자로서 절망의 자기비난을 끊고(요 5:24), 가정과 일터에서 정직과 절제, 화해와 돌봄을 선택해야 한다. 말의 품격을 회복하고, 작은 약속을 지키는 삶이 신앙의 신뢰를 만든다.


교회의 차원에서는, 취약계층과 고통받는 이웃을 향한 돌봄과 나눔이 더욱 선명해져야 한다. 가난한 자, 청년, 노인, 이주민, 장애인, 그리고 마음이 무너진 이들을 ‘구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사회·국가의 차원에서는, 신뢰 회복과 공정의 실천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한다. 성탄 신앙은 공적 영역에서 무책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은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 성실한 노동, 공정한 경제 활동, 성실한 납세와 법 준수, 공동체를 살리는 참여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사회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 진실을 말하되 사랑 안에서 말하며, 비난이 아니라 해법을 만들고, 혐오가 아니라 연대를 선택해야 한다.


성탄절에 다시 베들레헴의 말구유를 바라본다. 거기서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임마누엘의 약속을 듣는다(마 1:23). 그리고 동시에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계 22:20)라는 고백으로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성탄은 한 해의 끝을 장식하는 행사가 아니라, 한 시대의 길을 다시 여는 복음이다. 이 복음이 연신교회와 한국교회, 그리고 우리 각 사람의 삶 속에서 ‘현실을 이기는 소망’으로, ‘현실을 바꾸는 사랑’으로 드러나기를 소망한다.



박동명

대한예수교장로회 연신교회 장로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전)국민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2025.12.24 23:13 수정 2025.12.2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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