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같지만 도로는 아니다”… 국가 소유 임야, 행정 관리 공백에 주민만 피해

▲ 바닥 시멘트가 다 깨져 관리가 미흡한 모습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국유지에서 관리 주체 간의 책임 미루기로 인해 수년째 행정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제보가 나왔다. 해당 구간은 보도블럭이 설치되어 도로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도로로 분류되지 않아 단속이나 정비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관리 권한을 둘러싼 국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모호한 입장 차이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주민이 ‘도로’라 여긴 그곳, 행정은 “도로 아님”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의 일부 국유림은 오랜 기간 주민들의 통행로 및 차량 통행로로 사용되어 왔다. 실제로 해당 구간은 보도블럭으로 포장되어 있으며, 도심 내 도로와 다름없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이 구간은 행정적으로는 ‘임야’로 분류되어 있어 도로법상 도로로 등록되지 않은 '현황도로'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서대문구청도 현황도로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법률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단속도, 물리적 차단도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국유림관리소는 국유림이긴 하나 도로처럼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1996년 이관 확인”… 그러나 도로 포장 주체는 '불명'

제보자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국유지는 1996년 1월 1일부로 서울특별시에서 산림청 산하 서울국유림관리소로 관리 주체가 이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구 산림법과 대통령령 ‘산림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에 따른 것이다.

반면, 도로 포장 공사의 주체 및 기록에 대한 자료는 공공기관이 보유하지 않아 정보 부존재 결정이 내려졌다. 서대문구청은 “항공사진상 1970년대 이전부터 해당 공간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기록은 50여 년 전 자료로, 공공기관이 생산·보유하지 않은 정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 불법 주차로 방치된 오토바이

이에 대해 A씨는 “공사가 누가 했는지조차 알 수 없고, 지금까지도 책임질 기관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 충격적이며 50년 동안 관리공백 상태”라고 말했다.

단속은 안 되고, 정비도 안 되는 공간… 주민 불편은 ‘계속’

문제는 이 같은 관리 공백이 주차 문제, 쓰레기 무단 투기, 불법 적치물 방치 등 실질적인 생활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행정 기관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주민 민원이 반복 접수되더라도 실질적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서대문구청은 “법적으로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주차 단속은 어렵고, 현황도로이기 때문에 차량 진입 차단 시설 설치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국유림관리소 역시 “해당 국유지는 국유림이지만, 도로로 사용되고 있어 실질적인 관리 권한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불법 주차로 방치된 오토바이

“누가 책임지나”… 제도와 행정의 사각지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단순한 행정 미비를 넘어, 공공 자산에 대한 책임 방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황도로는 법적 용어가 아닌 실무상 개념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관리 지침이나 법적 근거가 부족하며, 이로 인해 공공기관 간 책임 회피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산림청, 국토부, 행정안전부 등 여러 부처가 국유지 내 불법 행위와 관리 책임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관련 법령이나 행정지침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

제보자는 이번 사례를 두고 “국유지와 현황도로의 경계,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발생한 전형적인 부처 간 책임 미루기와 소극 행정의 결과”라고 주장하며, 관계 기관의 신속한 협의체 구성과 관리 지침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주민 안전과 생활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공공재산의 관리 책임과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작성 2026.01.13 21:54 수정 2026.01.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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