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현대 시조의 마침표 사용에 대한 기호학적 의미(2)

구조적 닫힘과 정서적 여백 사이에서

2. 고시조의 전통 구조와 종결 형식미

 

가. 고시조의 형식과 운율 구조

고시조는 한국 고전 시가 중에서도 가장 정형 형식을 갖춘 갈래이다. 초장, 중장, 종장의 3장 6구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각 장은 대체로 4음보 혹은 3·4조 혹은 4·4조의 음수율로 구성한다. 리듬의 반복과 낙차를 통해 정서적 흐름과 시적 완결을 이끈다. 고시조의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형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정서의 전개와 정돈을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

 

고시조의 구조에서 가장 핵심은 종장이다. 종장은 앞선 초장과 중장에서 제시한 정서와 주제를 반전시켜 결말로 이끄는 구조적 장치이다. 혹은 앞선 초장과 중장에서 제시한 정서를 반전시켜 주제와 결말로 이끄는 구조적 장치이다. 이는 현대 시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고시조는 종장에서 정서적 봉합을 이루는 종결 어미를 사용했다. 대표적인 종결 어미로는 ‘–노라’, ‘–도다’, ‘–로다’, ‘–더라’, ‘–라’, ‘–리라’ 등이다. 이는 고시조의 결말에 특정한 정서의 어조와 의미론적 지향을 부여한다. 

 

현대 시조에서 이런 투의 종결 어미를 채택하면 고풍 답습이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현대어의 다양한 종결 어미를 사용한다. 마침표의 역할을 분명하게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장치를 해야 한다.

 

나. 종결 어미의 정서적 봉합 효과

전통 고시조를 창작하던 시기에는 구두점이라는 문장 부호의 개념이 존재하였으나, 이를 중요시하지 않았다. 고시조는 구술적 매체를 중심으로 향유하고, 소비가 이루어졌다. 시조창을 통해 전달하는 특성상 문장 부호 없이도 그 구조와 리듬만으로 완결 정서를 구현할 수 있었다. 특히 종장의 마지막 음절 석 자는 시조창에서 생략함으로써 여운을 남겼다. 그래서 당시 문자로 쓴 고시조라도 마지막 구점 자체가 불필요했다. 

다음은 황진이(?~?)의 고시조를 읽어 본다. 대표적인 고시조 예이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렵거늘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랴

-황진이

 

동지(冬至)ㅅᄃᆞᆯ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春風) 니블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

 

인용 두 고시조는 낙차 있는 운율적 구성으로 문장 부호 없이도 ‘어떠랴’, ‘펴리라’라는 종결 어미로 인해 충분한 정서적 마무리를 제공한다. 앞의 고시조는 청산리라는 고요한 자연 배경 속에서 삶의 무상함과 순리적 휴식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같이 고시조는 마침표 없이도 그 정서를 완결할 수 있다. 

 

뒤의 고시조는 정든 님이 오신 날 밤이라는 고요한 밤을 배경으로 그리움과 사랑의 정서를 담았다. 이는 마침표 없이도 그 정서가 완결을 이룬다. 가람 이병기는 이 고시조를 놓고 ‘황진이의 여섯 수 시조 중에 가장 절창(絶唱)’이라고 평가했다.

 

두 편 모두 오히려 마침표를 삽입할 경우, 그 여운이 끊기거나 정서의 흐름이 밀봉되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고시조는 본래적으로 기호 없이도 종결미를 구현하는 구조를 가진다. 마침표의 도입은 현대 시조의 본질적 형식과는 무관한 요소이다.

 

다. 고시조에서 마침표 생략의 자연스러움

고시조는 단지 문장의 끝맺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서의 정점에서 감정 제어와 해소라는 역할을 종결 어미에 담아냈다. 예를 들어 ‘–노라’는 자기 선언적 어조를 통해 감정의 결단을 드러낸다. 이는 “자기의 동작을 장중하게 선언하거나 감동의 느낌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표준국어대사전》)이다. ‘–로다’는 감탄이나 정서의 승화를 암시한다. 

 

이는 “감탄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장중한 어조를 띤다. ‘-도다’보다 예스러운 표현”(《표준국어대사전》)이다. ‘–더라’는 회상의 어조를 부여함으로써 시적 화자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정돈한다. “화자가 과거에 직접 경험하여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을 그대로 옮겨 와 전달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어미 ‘-더-’와 어미 ‘-라’가 결합한 말”(《표준국어대사전》)이다.

 

이러한 종결 어미는 단순한 문장 종결이 아닌 정서적 매듭의 기호로서 기능한다. 리듬과 함께 종장에 정서적 안정감을 부여한다. 즉, 고시조의 형식은 그 자체로 구조적이면서도 정서적인 봉합 장치였다. “–노라”, “–도다”, “–로다”와 같은 종결 어미는 본래 감탄과 장중함을 나타내는 어미로, 시조의 마지막 정서를 정리하고 종결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어미들은 시조 장르 내에서 ‘정서의 봉합 기호’로 기능하며, 이는 기호학적으로 구조의 닫힘과 정서의 응축을 나타낸다.

 

고시조에서는 종결 어미 자체가 정서적 봉합을 했지만, 현대 시조에서는 종결 어미의 다양성, 명사형 종결 등 풍부한 종결 표현을 구사함에 따라 마침표의 개입이 필요하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겸임교수

저서 : 평론집 10권, 이론서 3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6.01.14 09:55 수정 2026.01.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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