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김유정의 '만무방'이 말하는 이 시대의 만무방

민병식

소설가 '김유정'은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193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낙비’, ‘중외일보’ 신춘문예에 ‘노다지’가 각각 당선되며 문단에 데뷔하였다. ‘구인회’에 동인으로 참여하여 활동하였으며, 대표작으로 ‘봄봄’, ‘만무방’, ‘동백꽃’, ‘땡볕,’ ‘따라지’ 등이 있고 그의 소설은 우직하고 순박한 주인공을 등장시켜 사건의 의외적인 전개와 엉뚱한 반전, 속어의 구사 등을 통해 실감 나는 농촌의 면모를 해학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무방은 1935년 7월 중순부터 말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된 단편소설이다. 그 후 1938년 단편집 동백꽃에 다시 수록된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만무방은 강원도 사투리로 ‘염치없이 막돼먹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소설의 배경은 1930년대, 강원도의 산골이다. 

 

응칠과 응오 형제가 주인공이다. 형인 응칠은 파산으로 야반도주했다가 아내와 아이들과도 헤어지고 도박과 절도를 일삼으며 떠도는 전과 4범의 인간으로 몇 년 후 혈족이 그리워 동생 응오를 찾는다. 반면 응오는 진실하고 성실한 소작농이다. 그러나 응오는 벼를 수확해봤자 남는 것은 빚뿐이라는 절망감으로 벼 수확을 포기한다.

 

숲속에서 송이를 캐던 응칠은 성팔을 만나 응오네 논의 벼가 도둑맞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베지도 않은 벼가 도둑을 맞는 것이다. 순간 응칠은 자신이 의심받을 것을 두려워한다. 응칠은 그날 밤, 도둑을 잡고 이곳을 뜨기로 하고 응오 논의 도둑을 잡으러 산으로 오른다. 바위 굴 속에서는 노름판이 벌어졌다. 

 

응칠은 잠시 노름판에 끼었다가 서낭당 앞에서 돌돌 떨며 도둑을 잡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는데 드디어 도둑이 복면을 쓰고 나타났다. 응칠은 몽둥이로 도둑의 옆구리를 내리쳐 도둑을 잡고 복면을 벗겨보니 동생 응오였다. 응칠은 황소를 훔치자고 동생을 달랬지만, 부질없다는 듯 형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나는 동생을 보고 대뜸 몽둥이질을 한다. 땅에 쓰러진 아우를 등에 업고 고개를 내려온다.

 

형 응칠은 반사회적인 인물이며 적극적 행동형이다. 모범적인 농사꾼을 반사회적 인물로 몰고 간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기인한다. 인물들의 현실 개선의 의지는 부정적이다. 그들은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하는 일은 반사회적인 수단 즉, 도박, 절도뿐이다. 성실했던 동생 응오까지도 벼를 절도하는 ‘만무방’이 되었다. 작가는 1930년대의 현실 상황을 반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왜곡된 사회 현실의 모순에 정면으로 비판하려 한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모순된 사회에서 응칠과 같이 반사회적인 행동 양식이야말로 당대의 비참한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이라는 씁쓸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어떤가. 아무리 죽으라고 일해도 집 한 칸 장만하기 어려운 시대, 생활비, 교육비 감당이 어려워 결혼을 회피하는 사회, 사회 특권층을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고 하고 기득권만을 유지하려고 서민들을 기만하는 사회가 아니던가. 만무방은 이 시대에도 도처에 널려있다. 거짓말하고, 투기하고, 권력만을 탐하는 정치인들, 정권에 빌붙어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일부 고위공직자들, 어떤 잘못을 했던 자기편이면 무조건 편들고 상대를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맹목적인 사람들, 자신만을 위하고 돈 없고 힘 약한 사람들을 모르는 체하는 모두가 이 시대의 만무방이다. 

 

시대의 어떤 사람들이 고통받고 어렵게 살고 있는지, 세상의 음지에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베풀어야 할지 어떻게 깨끗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 후세에게 나라를 물려주어야 할 것이지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함께 노력해도 부족한데 나 또한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적 만무방은 아닌지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6.01.28 11:03 수정 2026.01.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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