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답 풀렸다...소설 <하늘도 재개발이 되나요>”

 '하늘도 재개발이 되나요' 표지 이미지



세계에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난제들이 있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경주로 유명한 ‘제논의 역설’과 같은 난제는 현실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답을 설명할 수 있게 된 건 무한과 극한 개념이 정립된 19세기에 들어서면서다.


모두가 알 만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도 고대로부터의 난제 중 하나다. 기원전부터 이 문제가 거론되었고 많은 지성들이 저마다의 답들을 내어왔으나 확실하게 객관적이고 명쾌한 답은 아직 세계에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전혀 다른 접근으로 지혜롭게 풀어낸 답이 나왔다. 정답은 닭이나 달걀이 아니라 바로 성(性)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작년 9월에 발간된 소설 <하늘도 재개발이 되나요>는 남녀 사이의 성과 결혼을 소재로 한다. 소설에 따르면, 성과 결혼이 어떤 조작을 당하면서 가짜가 되고 껍데기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목을 끌기 좋은 소재인 것 같지만 빛 좋은 개살구 되기도 좋아 보인다. 어떤 근거로 그런 막대한 주장을 펼칠 것인가?


어떤 것의 진위를 알고 싶다면 그에 적합한 어떤 방법이 있어야 한다. 이력서에 쓰인 지원자의 스펙이 의심스럽다면 해당 증명서를 떼오라고 하면 그 실력이 진짜인지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귀한 물건인데 진품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면 정품 보증서를 받거나 감정사를 불러 감정해보면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성과 결혼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작가는 이것을 알 수 있는 도구로 다름 아닌 ‘자연과 사회’라는 거대한 틀을 들고 온다. 자연과 사회로 성과 결혼의 진위를 알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차곡차곡 인물과 이야기와 감정을 쌓아가고 사람들이 종래에 느끼고는 있어도 개념 지어지지 않은 것을 개념화하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요체라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꺼내든다.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논리와 감정 모두로 느껴질 수 있을 만큼의 전달력과 설득력을 위해 여러 구체적 예시를 곁들인다. 소설 주인공의 직업은 세무공무원이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되고 싶었던 세무공무원은 되지 못하고 기관이 다른 곳의 세무공무원이 된 인물이다. 구청에서 재산세를 담당하는 그가 맡은 담당 구역은 더 이상 발전할 여백이 없는 곳이라는 설정이나 개발이 즐비한 도시임에도 주인공이 사는 곳은 개발지가 아닌 재생지라는 설정 등은 모두 소설의 주제를 향한 미쟝센이다.


다시 돌아와서 그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답은 왜 성(性)일까? 작중 어떤 정체불명의 존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질문으로 닭이 먼저였는지 달걀이 먼저였는지를 물어보는 게 있었습니다. 양쪽이 서로를 앞선 순서로 하기에 계속 무한 순환이 되어서 풀리지 않는 문제인데, 이것의 답은 바로 이것이 전제하고 있는 원리입니다.
저 질문의 답은 닭이 닭알을 낳고 병아리로 나와 자라 닭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순환하는 건데, 그런 원리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최초에 닭이 있었든 알이 있었든 그것들보다 앞서 생각되어지는 실존은 닭의 출생과 그것이 성장하는 메커니즘입니다. 그러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진정한 답은 닭이나 알이 아니라 닭이 닭알을 낳고 거기서 병아리가 나와 닭이 되는 시스템, 즉 성(性)이 먼저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늘도 재개발이 되나요> p.234~235 ‘그 여자네 성’ 中」

질문이 선택하라는 닭과 알에 갇히지 않고 더 먼저인 것을 포착해내는 기지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이 답은 그 뒤 이어지는 창조적인 사고를 열기 위한 포문으로서, 그 뒤 메시지들은 전에는 감지되지 않던 생각으로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성과 결혼에는 어떤 창의력이 부여될 수 있을까? <하늘도 재개발이 되나요>는 이에 특별한 답을 하는 소설이다. 


저자 예언자일보. 

출판사 바른북스. 정가 16,800원.
 

작성 2026.02.06 11:35 수정 2026.02.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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