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증언자가 외친다


18세기 때, 세계 최초로 영국이 일으킨 산업혁명은 크게 세 가지를 기초로 했다. 첫째는 자유계약의 원칙이었다. 모든 계약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는 무조건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잉여자본이었다. 제국주의로 인해 전 세계에서 거둬들인 재화가 넘쳐나자 그 재화를 바탕으로 하는 거대 자본가들이 속출하여 또 다른 거대자본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엄청난 자본이 투자되었던 것이다. 셋째는 시장 확산이었다. 신기술로 만들어진 신제품들이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기반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이미지; AI image. antnews 제공>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하여 탄생된 산업혁명은 인간을 궁핍으로부터 해방시키며 영원히 발전할 것 같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큰 문제가 표출되었다. 바로 자유의 범람이었다. 그 당시 영국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선에서 최소화 되어야 한다는 야경국가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즉, 정부의 간섭은 최소화하고,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간섭의 최소화와 자유의 최대화는 자연스럽게 빈부갈등, 마약, 총기, 부정부패 등이 넘쳐나며 무한한 자유에 따른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제기된 새로운 문제는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계급투쟁으로 연결되었고, 결국 공산독재라는 새로운 정치체제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이런 역사가 증명하고 있듯 과도한 자유는 반드시 문제를 유발한다. 즉, 좋은 제도이건 나쁜 제도이건, 자유건 평등이건 그것이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마치 아무리 영양가가 높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과식하면 탈이 나는 것과도 같다 하겠다.

 

완전한 자유를 전제로 하는 초기 자유자본주의가 낳은 극심한 빈부격차라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마르크스와 레닌은 모두가 잘사는 평등한 사회 건설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시작하여 정권을 잡고 공산주의 국가를 탄생시켰으나 그들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빈부 없는 평등사회는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져 가난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더 큰 불행이 도래하고 말았다.

 

이렇게 볼 때 경쟁사회는 생산성이 높아져 풍요로운 사회로 이어지고, 경쟁 없는 평등사회는 생산성이 낮아져 가난한 사회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자연의 천리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평등사회보다는 경쟁사회가 더 잘 사는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둑에서도 “아생연후(我生然後)에 살타(殺他)”라는 법칙이 있듯 자연의 법칙은 무엇보다 먼저 자기가 잘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산독재자는 생산성 저하로 그들의 이상향이 곪아 터지자 그들의 이론적, 현실적 모순을 감추기 위해 희생양을 찾았다. 그 희생양은 바로 자본가, 지식인, 종교인 등등이었지만 마지막 궁극적 희생양은 항상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이었다. 이는 구소련, 동유럽의 수많은 국가들, 쿠바, 베네수엘라, 중국 공산주의가 무너진 근대사가 증명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해온 위대한 국민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만하자 빈부없는 평등사회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산주의 사상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는 영국의 산업혁명이 가져온 부의 축적과 함께 빈부갈등이 확산되면서 공산사상을 키워갔던 것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 부와 자유를 누리다 보니 국가적 통제를 통한 평등이 그리워졌던 것이다. 즉, 곪으면 터지는 자연의 순리에 맞닥뜨렸던 것이다. 누적된 자유와 방관도 곪으면 저절로 터지고, 누적된 부정부패도 곪으면 저절로 터진다. 이렇게 세상 만사는 곪으면 터진다.

 

9,000년 한국의 역사는 중국과 벌인 전쟁의 역사이다. 중국이 쪼개져 있을 때 고구려 광대토대왕은 만주는 물론 몽골근처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만일 현재 진행 중인 미중패권전쟁에서 중국이 지면 북한은 우리의 M&A(인수합병) 대상이 될 것이며 그렇게 통일이 되면 인구 8천만에 GDP가 5조 달러에 이르는, 즉 일본을 능가할 수 있는 국가가 탄생될 것이다. 그런 날을 맞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국내외적으로 제2의 건국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현대판 건국 전쟁의 첫째는 경제력 확보전쟁이고, 둘째는 군사력 확보전쟁이고, 셋째는 국민통합전쟁이다. 인류역사를 통해 볼 때 경제력이 부족하고, 군사력이 부족하고, 국민통합력이 부족했던 세력이 민족을 통합하고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이런 길로 가야 한다는 증언자이기도 하지만, 저런 길로 가면 안된다는 증언자이기도 하다.

 

그렇게 살아있는 증언자인 인류 역사가 우리들에게 외친다.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경제력, 군사력, 통합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그런데도 경제력을 갈아먹는 노사분규가 높아지는 길, 군사력이 하락하는 대화 우선의 길, 지방색이 높아지면서 분산력만 더욱 높이는 길을 가고 있는 듯하다.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고 외쳤던 영국 처칠 수상의 말은 이미 허공 중에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현실이 되고 말았구나.

 

-손 영일 컬럼



작성 2026.02.07 09:40 수정 2026.02.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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