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 칼럼] 합포해전지 위치 논란 주요 쟁점 요약 정리

고지도와 사료가 풍부한 마산 합포를 합포해전지로 비정(比定)

 

합포해전은 1592년 음력 5월 7일 오후에 있었던 해전이다. 그런데 합포해전지가 마산 합포인가 진해 학개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다. 노산 이은상, 해군사관학교 고 조성도 교수, 여수의 향토사학자 임기봉 선생님, 정만진 역사진흥원 초대 이사장, 교감완역난중일기 저자 노승석 박사 등이 합포해전지를 마산 합포로 비정(比定)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일부 연구자들이 진해 학개를 합포해전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합포해전 상황도 (국토정보플랫폼 지도 기반)

 

이순신 장군은 옥포파왜병장(玉浦破倭兵狀)에서 합포해전지를 '웅천지 합포전양(熊川地 合浦前洋)'이라고 했다. 여기서 합포전양은 합포 앞바다이며, 그 바다를 이순신 장군은 웅천땅(熊川地)으로 본 것이다. 합포 앞바다인 마산만은 임진왜란 당시 해안선이 창원땅과 웅천땅에 접하는 경계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합포 앞바다는 웅천땅이라고 해도 되고 창원땅이라고 해도 되는 해상이다.

 

마산 합포는 그 지명이 신라 경덕왕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 풍부한 사료가 존재한다. 창원부 합포의 연혁은 삼국사기,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경상도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연려실기술, 경상도읍지, 김종직의 점필재집, 1587년 함안군 읍지인 함주지 등에 나타난다. 임진왜란 직후 경상도 관찰사를 지낸 이민구(李敏求,1589~1670)는 그의 문집 동주집(東州集)에서 월영대 근처의 합포(合浦)가 왜적을 물리친 곳(합포해전)이라고 했다. 월영대는 현재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 정문 앞에 있는 유적이다.

 

 월영대

 

그러나 진해 학개는 최근인 1950년대 이후에 생겨난 이름으로, 임진왜란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지명이다. 2003년 진해시가 작성한 행정지도에는 학개(鶴浦)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 웅천현 관내에 합포(合浦)는 물론 학포(鶴浦)가 등장하는 사료가 전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전양(前洋) 두 글자는 빼버리고 웅천땅 합포(熊川地 合浦)라는데 매몰되어 한자 표기도 전혀 다른 학포(鶴浦)를 합포(合浦)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3년 진해시 행정지도

 

조선시대 고지도를 샅샅이 찾아보면 마산 합포가 등장하는 지도는 상당히 많다. 마산 합포가 표기된 고지도로는 해동지도, 청구도, 동여도, 대동여지도, 팔도도 중 경상도지도 등이 있다. 그러나 진해 학개가 나오는 고지도는 전혀 없다. 가장 최근의 1899년 웅천군읍지 지도에 조차도 현재의 학개 위치에는 '모란포(牧丹浦)'가 있을 뿐이다.

 

1899년 경상남도 웅천군읍지 지도

 

1592년 5월 7일 오후 4시경(신시) 이순신 함대는 거제도 영등포(거제시 장목면 구영리)에서 적을 추격하여 배를 버리고 상륙한 적선 5척을 합포에서 불태워 없애고 '밤중에 노를 저어(乘夜促櫓)' 창원땅 남포(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난포리)로 왔다. 이것은 마산 합포가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경남시민문화네트워크와 이순신전략연구소는 2회에 걸쳐, 요트를 타고 판옥선의 속도(시속 6~7km)로 항행하면서 실측 검증을 한 후 마산 합포가 합포해전지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요트타고 실측 검증에 나선 사람들

 

반면 진해 학개를 합포해전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후 4시부터 추격하여 해질녘에 상륙이 가능한 곳은 웅천 합포 외에는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진해시(현재 진해구)에 합포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임진장초에 따르면 창원땅에는 마산포(고려시대 합포)라는 지명이 따로 있다.”라는 주장을 했다.

 

오후 4시에 추격하여 일몰 전 적이 상륙할 수 있는 곳은 마산 합포도 가능하다는 것이 실측 검증을 통해 확인되자, 진해 학개 측은 “거제도 영등포에서 출동을 하려면 준비 시간이 1~2시간 정도 걸린다. 실제 출동은 오후 4시가 아닌 6시 경이었을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펼쳤다. 만약 2시간 정도 늦게 출동했다면  적은 이미 도주하여 시야에서 사라지고 합포해전은 없었을 것이다. 참고로 거제도 영등포에서 진해 학개까지는 8km 정도이고, 합포해전 당시 일몰 시간은 오후 7시 42분이었다. 신시(4시)에 출발하여 진해 학개에서 적을 격멸했다면 남포로 가면서 낮이 긴 하지에 가까운 날(양력 6월 16일) 밤중에 노를 저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진해에도 합포(合浦)라는 지명이 있다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2003년 진해시 행정지도에는 분명히 합포가 아닌 학개라고 표기하고 있으며 학포(鶴浦)라는 한자까지 병기하고 있다. 진해 학개 지명은 현대에 생긴 것으로 근현대 지명조사 지료로 입증된다. 그리고 조선시대 합포와 고려시대 합포는 같은 지명이 아니다. 마산포는 근세 개항기 전까지 일개 포구에 불과했으며, 조선시대 합포는 창원부의 서남부 지역과 마산만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지역이었다. 창원땅에는 마산포가 따로 있었을 뿐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한편 진해 학개를 합포해전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1904년 일본해군이 작성한 수로부지도에, 학개 근처에 '합포말(合浦末, 학개끝 영어 병기)'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을 합포해전지의 근거로 내밀고 있다. 일본 해군이 러일전쟁에 대비하고 조선 침략을 위해 해안 측량을 한 지도가 임진왜란 당시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그 지도에도 현재의 학개 마을 위치에는 아무런 지명 표기가 없다.

 

일본해군 수로부 지도

 

진해 학개 측은 안방준의 은봉전서 부산기사에, "마산포 쪽에서 나오는 적선 9척을 원포에서 불태워 없앴다"는 기록을 근거로 진해 학개를 합포해전지라고 주장한다. 부산기사는 참전자 오윤건의 구술을 바탕으로 주엽이 쓴 '증병조참판정공전(贈兵曹參判鄭公傳)'이라는 녹도 만호 정운 장군의 일대기를 기초로 안방준이 재구성한 기록이다.

 

부산기사는 합포해전 날짜도 이순신 장군의 장계와 다르고 왜선 척수도 5척이 아닌 9척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조정에 보고하면서 전과를 축소 보고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여기서 원포는 넓은 의미의 합포전양(合浦前洋)에는 해당되지만, 진해국가산업단지가 있는 곳으로 학개와는 다른 지명이다. 이순신 장군의 공문서인 ‘옥포파왜병장’과 내용이 전혀 다른 안방준의 부산기사는 앞으로 사료 비판을 통하여 다시 검증해야 할 기록으로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마산 합포가 합포해전지라는 사료와 고지도는 넘쳐 나는데, 진해 학개는 어떤 사료나 고지도에도 나오지 않는다. 상황 논리를 끼워 맞추기 위해 거제도 영등포 출발 시간을 기존의 주장을 바꾸어 가면서 신시(申時)에서 유시(酉時)시로 변경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만에 하나 은봉전서 기록상의 원포가 맞다고 해도 진해 학개는 원포와 다른 곳으로 합포해전지가 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합포해전지는 창원부 합포 앞바다로 비정(比定) 하고자 한다. 현재 지명으로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 성산구 사이에 위치한 마산만 일대가 이에 해당된다. 다만 왜군이 배를 버리고 상륙한 정확한 지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 이 내용은 필자의 논문 '합포해전지 위치 비정(比定)에 관한 연구'(문화역사지리 제33권 제2호, 2021)를 요약한 것이다. 경상남도의 ‘이순신 승전길 조성사업’에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하여 작년에 양측이 만나 더 이상의 논쟁은 일단 중단하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그런데 2026년 2월 10일 진해 측에서 신사협정을 어기고 누군가가 경남 도지사를 만나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글을 언론에 기고한다.

 

 

[이봉수]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https://myisoonsinxsz.zaemit.com/

 

작성 2026.02.11 11:09 수정 2026.02.1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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