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복합 다중 시론(複合多重 詩論)의 시적 실험과 탐색(2)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의 실험 시학

Ⅱ. 복합 다중 시론의 성찰과 차별점

 

1. 복합 다중 시론의 성찰

시집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은 ‘복합 다중 시론(complex-multiplex poetics)’의 실천적 실험장이자, 현대시의 장르적 확장과 시적 인식의 변형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텍스트이다. 이 시집은 단일한 서정성이나 기성 시 이론으로는 수렴할 수 없다. 다성적 화자 구조, 장르 혼성, 메타시적 반성, 사회 비판적 장치, 독자 참여적 구조 등을 복합적으로 중첩시켜 놓았다. 이러한 특성은 단지 시의 외형적 실험이 아니라, 시를 구성하는 내적 논리와 인식론적 기제를 전복하고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따라서 『수선화 꽃잎만 더듬는 늪에 던지는 돌』에 내재한 형식 실험과 언어 장치, 시적 자아의 복합 구조, 사회 담론과의 충돌 양상, 그리고 메타시적 자기 지시성 등의 주요 특성을 중심으로 복합 다중 시론의 구체적 양상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 시집이 기존 시 이론과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한국 현대시의 시론적 지형에 어떤 비판과 기여를 던지는지, 실증적으로 규명해 보고자 한다.

 

2. 복합 다중 시의 정의와 구조

‘복합 다중 시(Complex-Multiplex Poetry)’란, 하나의 시집 또는 시편 안에 형식의 복합성, 시적 자아의 다중성, 시어의 실험성, 사회의 기능성, 자기 지시적 구조 등의 다양한 요소가 함께 버무려져 공존과 충돌하는 시적 구조이다. 다음과 같은 속성이 동시에 공존하거나 충돌하는 시적 구조이다.

표1. 복합과 다중의 기호학적 차이

 

이와 같이 ‘복합’은 이질적 기호 요소들이 유기적 총체성을 이루며 하나의 시적 구조로 통합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다중’은 상이한 기호적 주체들이 분산된 층위에서 병치·충돌하는 탈통합적 상태를 가리킨다. 이 구분은 현대시의 혼성적 구성과 자기 분열적 병존이라는 두 축을 이론적으로 가시화한다.

 

하나의 시에서 서정적 정조, 사회 비판 담론, 메타시적 언술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했다면, ‘복합 시’이다. 반면, 하나의 시 안에서 여러 주체가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발화한다. 이들 사이의 접속이 느슨하거나 충돌한다면, ‘다중 시’이다. 결국, ‘복합’은 이질성의 통합적 조직화, ‘다중’은 이질성의 병렬적 존재이다. 즉, ‘복합’은 구조화된 혼성(hybridity)이고, ‘다중’은 구조화 이전의 분산성과 다양성(multiplicity)이다.

표2. 복합 다중 시의 정의

 

이러한 시는 일관성 있게 때로는 형용 모순, 형상화, 이상화, 전경화(前景化), 긴장미, 낯설게 하기, 비유법 등의 시적 미학을 중시한다. 때로는 간접 정서의 시적 미학을 거부하고, 직접 정서로 해석의 충돌을 유도한다. 따라서 ‘복합 다중 시’는 시의 본질에 대한 성찰적 탐색이다. 시 그 자체를 질문하는 시이기도 하다.

표3. 복합 다중 시와 기존 개념의 차이점 비교

 

이론가들은 사회적 비판이 때로는 선언적으로 읽힌다며 지적할 수 있다. 사회적 비판은 단순히 외부 세계의 구조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시적 표현을 통해 그 내면의 복잡한 관계와 갈등을 드러내려는 목적이다. 이 시집의 사회 비판적 메시지는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 그 표현은 문학적 형식 속에서 다층적 의미를 지닌다. 직접적이고 선언적인 표현이 일부 존재한다. 그것은 비판적인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의도적 선택이다. 동시에 독자에게 사유의 여지를 남기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이는 시적 상상력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3. 복합 다중 시론의 핵심 차별점

‘복합 다중 시론(complex-multiplex poetics)’이란, 시 안에 존재하는 화자, 형식, 갈래, 시어, 사회적 맥락, 독자 반응, 시론적 성찰 등을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배치하고 충돌시킨다. 시의 존재론적 질문과 사회적 윤리를 동시에 탐색하는 현대 시학의 총체적 실험 방식이다. 핵심 차별점을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통합적 이론 구성이다. 기존 시론이 특정 요소(화자, 형식, 갈래, 주제, 소재 등)에 집중했다면, ‘복합 다중 시론’은 여러 비평 이론과 시 창작의 실험 요소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한다. 후기구조주의, 해체주의, 동양 철학, 비판적 현실주의, 메타 시론, 해석학, 수용 미학 등 다중 이론이 혼성적으로 작동한다. 

 

둘째, 다층적 구조와 내부 충돌을 지향한다. 단순히 여러 화자나 갈래가 병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충돌하고 해체한다. 자기비판 구조이다. 시 안에서 화자가 화자를 비판하고, 시집이 독자를 고발한다. 특히 미래의 역사 시험 문제에는 화자가 청자를 시 안에 끌어들여 대화한다. 또한, 읽는 이에게 문제를 풀어 나가도록 유도하여 독자까지 제도권의 현상을 조롱하게 하는 ‘내부 충돌 구조’이다. 

 

셋째, 시와 시론의 동시 구현이다. ‘시’가 ‘시론’을 말하고, ‘시집’이 스스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메타시의 극단적 형식을 실험한다.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시적 철학과 비평을 동시에 구현한 텍스트이다. 

 

넷째, 시를 둘러싼 모든 층위의 탐색이다. 시의 언어, 자아, 제도, 독자, 사회적 소비 구조까지 ‘시를 둘러싼 모든 층’을 비판적 시선으로 포섭한다. 때로는 포용성의 따뜻한 시선으로 선회하기도 한다. 

 

다섯째, 윤리적 실험성과 시적 책임성이다. “산문에 행갈이만 하면 진짜 시인 줄 안다.”라는 시행은 한국 문학 단체의 현실을 풍자하면서 시의 본질과 형식을 되묻는 탈장르적 질문이다. 이는 시의 형식이 아니라 진정성과 문학적 정서의 농도가 시를 구성한다. 그 정서를 탈진술적 심상으로 환원하면서도, 때로는 환원을 거부하고, 직접적 진술의 리듬으로 산문과 운문, 시의 내재율과 시조의 운율을 넘나든다. 이러한 ‘메타시’는 전통적 시 이론으로는 포섭하기 어렵다. 시론 자체를 시로 재전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적 해체나 미학적 실험에 머물지 않고, 창작자의 윤리와 시적 책임을 함께 묻는 실천적 시론이다. 이는 백석이 평안도 방언, 토속어, 구어체 등을 시어로 채택한 것은, 시의 언어적 혼종성(Hybridity), 지역성을 부각한 언어 실험, 전통 서사의 혼합이다. 김수영의 「풀」에서 시적 자아의 시대·사회·개인 간 충돌은, 정치적 실험, 자아 분열, 형식 파괴 등의 측면에서 ‘복합 다중 시’의 요소이다. ‘복합 다중 시론’이 기존 한국 현대시의 시론 흐름에서 어디에 위치하는가? 

 

신동문과 신경림의 ‘참여시론’, 김수영의 ‘형식 해체’, 황지우와 박남철의 ‘해체시’ 등과 맥락적 유사성이 있다. 이 글은 이들의 선구적 흔적에서 출발한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겸임교수

저서 : 평론집 10권, 이론서 3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6.02.25 10:24 수정 2026.02.2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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