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광역의회 공무국외여행, 이제는 횟수보다 성과를 따져야 한다

▲박동명/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박동명 법학박사는 한국공공정책신문 발행인이자 선진사회정책연구원장으로,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을 역임하고 서울특별시 공익감사위원, 서울 강남구 결산검사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국회의정연수원과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 등에서 지방의회 의정활동, 예산·결산 심사, 공무국외연수 운영 등을 주제로 강의하며, 지방의회의 책임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연구와 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광역의회 공무국외여행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26년 3월 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민선 8기 출범 이후 전국 17개 광역의회에서 이뤄진 해외출장은 558건, 총예산은 128억 4,616만 원에 달했다. 광역의원 904명 가운데 871명, 즉 96%가 한 차례 이상 해외출장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장 1건당 평균 예산은 2,302만 원 수준이었다. 7회 이상 다녀온 의원도 61명으로 집계되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예외적 제도가 아니라, 광역의회 의정활동의 한 축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 17개 광역의회 해외출장 실태 조사’, 2026.3.31 결과 참고)

 

문제는 숫자 그 자체보다 내용과 공개 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결과보고서 기준 비용까지 포함해 완전 공개된 사례는 전체 558건 가운데 95건, 즉 16%에 그쳤다. 보고서는 공개되었지만 비용이 빠진 경우가 463건이었고, 아예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경우도 19건이었다. 계획서는 상대적으로 공개율이 높지만, 정작 다녀온 뒤 얼마를 썼고 무엇을 남겼는지를 주민이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은 매우 심각하다. 주민 입장에서 보면 “왜 갔는가”보다 “무엇을 하고 얼마를 썼는가”가 더 중요한데, 지금의 제도는 바로 그 핵심 정보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곧바로 “해외연수는 다 없애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의회가 국제적 정책 흐름을 파악하고, 선진도시의 제도 운영을 직접 확인하며, 지역 현안 해결에 참고할 만한 사례를 학습하는 일 자체는 분명 필요하다. 지방소멸, 기후위기, 고령사회, 도시재생, 교통복지, 청년정책, 에너지 전환과 같은 문제는 이미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도시의 경험을 보고 배우는 기회는 광역의회에도 필요하다. 문제는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가는가”이다. 목적과 콘텐츠, 성과와 환류가 분명하면 공무국외여행은 지역발전을 위한 투자다. 반대로 주제도 성과도 불분명하면 그 순간 외유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제 공무국외여행 논의의 기준은 “몇 번 갔느냐”만이 아니라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바꾸었느냐”로 옮겨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첫째, 공무국외여행을 단순한 출장 일정이 아니라 정책학습 프로그램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해외연수가 방문국, 방문도시, 방문기관을 먼저 정한 뒤 일정을 채우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면, 이제는 그 반대로 가야 한다. 먼저 우리 지역의 현안을 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청년정책, 도시재생, 기후에너지, 돌봄, 대중교통, 관광정책, 교육·문화도시와 같이 분명한 주제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다음 그 주제에 가장 적합한 국가, 도시, 기관, 대학, 연구소, 시민단체, 기업을 연결해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그래야 연수가 관광 코스가 아니라 문제 해결형 학습 코스로 바뀐다.


둘째, 사전 준비를 의무화해야 한다. 연수의 성패는 현지보다 출국 전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1회 이상 외부 전문가 브리핑, 현지 사례에 대한 사전 세미나, 질의항목 작성, 현안 분석 보고서 검토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같은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공통 주제를 가지고 준비하면, 귀국 후 조례 발의나 행정사무감사, 예산심사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준비 없는 연수는 사진만 남기고, 준비된 연수는 정책을 남긴다.


셋째, 현지 일정도 의전·견학 중심에서 토론·정책교류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해외 기관을 방문해 인사만 나누고 시설을 둘러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는 우리 지역 현황을 먼저 설명하고, 상대 기관으로부터 직접 평가와 조언을 듣는 상호토론형 프로그램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지 의회, 연구기관, 시민사회, 기업과 정책간담회나 워크숍을 하면 단순 견학이 아니라 정책 교류가 된다. 해외연수의 본질은 “보는 것”이 아니라 “묻고 토론하고 적용점을 찾는 것”에 있다.


넷째, 사후관리의 기준을 보고서 제출에서 정책 결과물 생산으로 높여야 한다. 지금도 다수 의회가 귀국 후 일정 기간 안에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 보고서만으로는 부족하다. 연수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제안서, 조례 개정 검토서, 예산 반영 검토안, 행정사무감사 질의목록 가운데 적어도 하나 이상은 도출되도록 내부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해외연수의 가치는 다녀온 사실이 아니라, 이후 지역정책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로 판단되어야 한다.


다섯째, 공개와 평가를 제도화해야 한다. 주민 신뢰 회복의 출발점은 투명성이다. 출장계획서, 세부예산, 방문기관, 면담 내용, 결과보고서, 후속 정책조치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평가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사전심사와 사후평가를 내부위원회에만 맡기면 관대해지기 쉽다. 민관합동 평가위원회, 또는 외부전문가 중심의 독립적 심사기구를 통해 목적 적합성, 예산 타당성, 정책성과, 정보공개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경실련 역시 공개 체계와 심사 체계의 전면 개선, 독립적 관리기구 도입 필요성을 지적했다.


여섯째, 성과에 따른 차등 관리가 필요하다. 공무국외여행을 일률적으로 장려하거나 일률적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었거나, 결과보고와 비용공개 의무를 지키지 않았거나, 지역정책과의 연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다음 연도 연수 제한, 예산 삭감, 심사 강화 등 실질적 불이익을 부과해야 한다. 반대로 의미 있는 조례 제정, 정책 도입, 예산 반영, 국제협력 사업으로 이어진 사례는 우수사례로 공식 인정하고 확산해야 한다. 좋은 연수는 장려하고 부실한 연수는 제재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정교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진사례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는 태도이다. 해외 사례는 참고 대상이지 정답지가 아니다. 북유럽 복지, 일본의 지역소멸 대응, 독일의 에너지 전환, 유럽 도시의 보행과 교통정책은 인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법제, 재정구조, 행정문화, 지역 여건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배웠는가”가 아니라 “우리 지역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이다. 성공적인 공무국외여행은 사진과 기념품이 아니라, 귀국 후 지역 현안에 맞춘 작은 실험과 정책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


광역의회 공무국외여행을 둘러싼 시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여행은 다녀왔는데 변화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답은 “가지 말자”가 아니라 “제대로 가자”에 있다. 이제 공무국외여행은 특권처럼 소비될 일이 아니라, 주민 앞에서 성과를 설명해야 하는 공적 학습과 정책개발 수단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횟수가 아니라 콘텐츠, 비용이 아니라 성과, 보고서가 아니라 정책결과물로 평가하는 체계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광역의회 해외연수는 외유성 논란을 넘어 지역발전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예산 삭감 논쟁이 아니다. 더 정교한 사전 설계, 더 엄격한 정보공개, 더 분명한 사후평가, 더 확실한 정책 환류 체계이다. 공무국외여행의 진짜 가치는 비행거리가 아니라, 귀국 후 지역에 남긴 변화의 깊이로 측정되어야 한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작성 2026.04.01 22:58 수정 2026.04.0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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