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빠르게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어르신들이 오래 사는 시대는 열렸지만,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안전하게 걷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삶이다.
노년기에 걷는 능력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병원을 찾고, 시장을 다니며, 이웃과 교류하는 일상은 모두 '걸음'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근력과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시력과 반응속도도 둔해지면서 낙상 사고와 보행 중 교통사고 위험은 크게 높아진다.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김모(82) 어르신은 평소 지팡이 없이 생활하다 집 앞 인도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고 장기간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 어르신은 "사고 전에는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이 늙어 보이는 것 같아 싫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지팡이 덕분에 다시 밖으로 나와 산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낙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삶 전체를 바꾸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체적 부상은 물론 외출을 두려워하게 되고 사회활동이 줄어들면서 우울감과 고립감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병무 박사(은빛지팡이교실 교육원장)은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복지는 병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팡이는 낙상을 예방하고 이동권을 보장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안전장치"라고 강조한다.
이어 "보행이 조금이라도 불안하다면 지팡이 사용을 미루지 말아야 하며, 이를 자연스러운 생활문화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센터장(서로돌봄)은 "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걸을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해하고, 걷지 못하게 되면 삶의 의욕도 함께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안전한 걸음은 건강뿐 아니라 자존감과 사회활동을 지켜주는 가장 기본적인 복지"라고 말한다.
또한 "가족들도 부모님의 걸음이 느려졌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보행 안전을 먼저 살펴야 한다"며 "지팡이를 권하는 것은 부모님의 자립과 생명을 지키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에 맞는 보행안전 정책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지팡이 보급 지원, 무장애 보행환경 조성, 횡단보도 신호시간 연장, 보행안전 교육 확대 등은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정책으로 꼽힌다.
복지는 거창한 제도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어르신 한 분이 오늘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돕는 작은 배려가 가장 큰 복지일 수 있다. 고령사회가 진정으로 준비해야 할 미래는 '안전한 걸음'을 보장하는 사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