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경험을 해석하며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독서와 토론, 체험을 연계해 사고력과 표현력을 함께 기르는 교육 방식이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과보다 과정, 정답보다 질문을 중시하는 교육 철학이 확산되는 가운데, 아이들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발견하도록 돕는 글쓰기 교육의 가치가 한층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기 김포시 ‘글꽃피우다 풍무동독서논술’ 손자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 [글꽃피우다 풍무동독서논술] 손자영 대표 |
Q. 귀사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안녕하세요. 『초등 본질 글쓰기』의 저자이자 글꽃피우다 독서토론논술 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는 손자영입니다.
저는 13년 동안 아동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200여 권의 어린이책을 기획·편집했습니다. 수많은 원고와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이 글을 못 쓰는 이유는 글쓰기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과 경험을 표현하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오늘날 아이들은 정보는 넘치게 접하지만 스스로 관찰하고 질문하며 자기 언어로 생각을 정리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잘 쓰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쓸 것이 생기는 삶', ‘스스로 사유하고 표현하는 삶’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글꽃피우다는 바로 그 철학에서 출발했습니다. ‘글꽃피우다’라는 이름은 ‘글로 생각을 꽃피우다’의 줄임말입니다. 이름 그대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경험을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발견하고 표현하도록 돕는 곳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성적만이 아니라 사고력과 표현력,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저희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Q. 귀사의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글꽃피우다는 모든 수업에서 ‘읽기- 말하기- 글쓰기’가 한 흐름이 되도록 수업합니다. 독서를 통해 생각의 재료를 모으고, 충분한 토론을 통해 그것을 자기 언어로 재구성하며, 글쓰기를 통해 자기 생각을 조리 있고 개성 있게 표현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초등 저학년은 관찰과 묘사를 중심으로 글쓰기의 기초 체력을 기릅니다. 사물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감각을 활용해 표현하며, 자신이 경험한 일을 글로 옮기는 힘을 기릅니다. 야외 수업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경험으로 관찰하기도 하고, 로제트 식물의 겨울을 나는 법을 알기 위해 뿌리를 캐서 보기도 합니다. 한 달 내내 산으로 들로 다니며 준비한 시화전이나 병아리 부화 등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경험에서 생각을 길어내고 그것이 글이 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고학년은 설명문, 논설문, 독후감, 토론 글쓰기 등 다양한 갈래의 글쓰기를 배우며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설득하는 힘을 키웁니다. 그 과정에서 신문, 비문학, 고전 등 필독서들을 통해 배경 지식도 키우고 한국사, 세계사도 살펴봅니다. 그리고 자기가 읽어 낸 지식에서 아이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발견하고 그것이 철학과 가치관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수업을 합니다.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오늘 왜 이런 공부를 했는지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이 공부를 통해 내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차리고 더 나아가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사유하는 수업을 합니다.
최근에는 병아리 부화 관찰 프로젝트, 자연 관찰 글쓰기, 탐구 보고서 작성 등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하며 저는 모든 지식이 결국 아이들이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언어 영역뿐 아니라 사회, 과학을 학문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접근함으로써 배움과 글쓰기의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수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Q. 귀사만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A. 글꽃피우다의 가장 큰 특징은 '경험 기반 글쓰기'입니다.
AI가 글을 대신 써 주는 시대가 되면서 글쓰기 기술 자체의 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며 느낀 것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먼저 경험을 제공합니다. 병아리의 부화 과정을 관찰하고, 계절의 변화를 기록하고, 사물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글로 표현하게 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첨삭보다 성장을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어른이 되어 아이들이 오늘도, 내일도 글을 쓸 마음이 생기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제 책 초입부에는 실제로 그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자신감을 키우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요.
저는 아이들의 글을 어른의 기준으로 고쳐 쓰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글을 돌아보고 수정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수업 마지막에 자기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며 어색한 부분을 고치고 친구들의 발표를 들으며 좋은 부분을 자신의 글에 응용합니다. 서로 조언도 해 주고 칭찬도 해 줍니다. 그 과정에서 글쓰기란 정답을 맞히는 활동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함께 성장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처럼 아이마다 다른 속도와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논리와 구조를 차근차근 익히도록 돕는 것이 글꽃 피우다만의 교육 철학입니다.
Q. 귀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대표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다운 글'을 쓰는 순간입니다. 처음에는 한 줄도 쓰지 못하던 아이, 제 얼굴을 보고 내뱉은 첫마디가 “저는 글쓰기가 싫어요!”였던 아이가 어느 날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글을 써 왔을 때입니다.
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불안과 기대 때문에 글쓰기를 매우 어려워하여 늘 짧고 단순한 문장만 쓰곤 했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딴 소리하기 일쑤였죠. 하지만 아이의 상처받은 마음, 불안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고 기다려 주었더니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글이 길어지고 깊어졌습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숙제로 써 오는 관찰 일기 쓰기는 처음에는 보상 때문에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저와 아이를 잇는 소통의 매개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글까지 써내며 글꽃의 대표적인 작가로 성장하였습니다.
이처럼 글쓰기를 통해 아이가 자신감을 얻고,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표현할 수 있게 되는 모습을 볼 때 교육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제 그 친구는 말합니다. “나는 다 잘해!” 글쓰기 하나로 다 잘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란 바로 세상에 내 뜻과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고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초강력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Q.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저의 목표는 글쓰기 교육을 넘어 '생각하는 아이'를 키우는 교육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이 질문하고 탐구하며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또한 『초등 본질 글쓰기』를 시작으로 학부모와 교사들이 아이들의 글쓰기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와 강연 활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글쓰기 학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삶을 관찰하고 사유하며 자기다운 목소리를 발견하는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할 말
A. 어린아이일수록 마음을 읽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글쓰기는 단지 글쓰기로만 파악되는 게 아닙니다. 테스트와 점수, 등수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글쓰기 앞에서 눈빛, 태도, 지우개를 쓰는 습관, 글쓰기 진입 속도 등 그 모든 비언어적 표현과 습관 속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잘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일도, 모레도 글을 쓸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된 뒤에도 중요한 공부입니다. 따라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이고, 내 무기이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어서, 또 나를 세상에 증명할 수 있는 것이어서 쓰고 싶게끔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는 도구로서의 글쓰기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기다려 주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도 중요합니다. 믿고 기다려 주세요. 글쓰기는 100명이 100개의 방향으로 달려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있는 분야이니까요.
앞으로도 글꽃피우다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글쓰기를 향해 달리는 모든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