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연합뉴스] 윤병운 칼럼니스트 =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부실 상장기업에 대한 퇴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6년 7월부터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은 코스피 300억 원, 코스닥 200억 원으로 상향됐고, 2027년 1월부터는 각각 500억 원과 300억 원으로 다시 높아진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도 새로운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됐다.
30거래일 연속 주가 또는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될 수 있다. 액면병합이나 감자를 통해 형식적으로 주가만 올리는 우회 행위도 제한된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과 공시위반에 대한 심사 역시 강화됐다. 이는 상장기업에 주어진 시간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이제는 일시적인 주가 부양이나 신규 사업 발표만으로 위기를 넘길 수 없다. 재무구조, 현금흐름, 사업 경쟁력과 지배구조를 동시에 정상화해야 한다.
최근 사례가 보여주는 상장기업 회생의 현실
2026년 회생절차에 들어간 코스피 상장사 범양건영 사례는 건설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 부담이 어떻게 상장기업의 존립 문제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범양건영은 2026년 1월 경영 정상화와 계속기업가치 보존을 목적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그러나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해서 상장이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잠식 해소, 감사의견 개선, 채무변제 능력과 영업의 계속성을 거래소에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KG모빌리티, 옛 쌍용자동차다. 쌍용자동차는 유동성 위기와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되고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KG그룹을 인수자로 유치하고, 인수대금을 재원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회생계획을 실행했다. 신차 판매 확대와 운영자금 지원, 재무구조 개선이 함께 진행되면서 2022년 11월 회생절차가 종결됐고, 2023년 4월에는 거래가 재개됐다. 이 사례의 핵심은 단순한 채무 탕감이 아니다. 책임 있는 인수자, 충분한 신규자금, 경쟁력 있는 제품과 시장 신뢰 회복이 하나의 구조로 연결됐다는 데 있다.
첫 번째 전략, 13주 현금흐름으로 생존기간부터 계산해야 한다
위험 상장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주가 관리가 아니라 현금흐름 진단이다. 최소 13주 단위의 현금흐름표를 작성해 급여, 세금, 원재료비, 이자, 어음 만기와 담보권 실행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 고정비 감축, 적자사업 중단, 매출채권 회수, 재고 축소를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회계법인과 협력해 자본잠식 여부, 우발채무, 특수관계인 거래, 감사의견 위험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시가총액은 결과지표일 뿐이다. 영업현금흐름과 자본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일시적인 주가 상승은 오래가지 못한다.
두 번째 전략, 회생절차를 ‘채무조정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업회생은 파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기업가치가 있는 회사를 법원의 감독 아래 재편하는 절차다.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통해 개별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제한하고, 채무 감면·출자전환·변제기간 연장 등을 회생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 다만 상장기업은 회생법원과 한국거래소라는 두 개의 관문을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법원에서 회생계획이 인가됐더라도 거래소가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재무건전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거래 재개나 상장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회생 신청 이전부터 ‘회생계획 인가→자본잠식 해소→감사의견 적정 확보→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응→거래 재개’까지 하나의 통합 로드맵으로 설계해야 한다.
세 번째 전략, M&A는 회생절차와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자체적인 현금창출 능력만으로 회복이 어렵다면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해야 한다. 가장 실효적인 방법 중 하나가 스토킹호스 방식이다. 먼저 조건부 인수예정자를 확보한 후 공개입찰을 실시해 더 좋은 조건의 인수자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구조다.
인수대금은 회생채권 변제와 운영자금에 사용하고, 인수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 대주주의 감자, 채권자의 출자전환, 신규 투자자의 유상증자를 함께 실행하면 부채비율과 자본잠식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돈이 많은 투자자가 아니라 해당 기업과 사업적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인수자를 찾는 것이다. 제조기업이라면 원재료 공급망과 판매망을 가진 전략적 투자자, 기술기업이라면 제품 상용화와 해외 진출 역량을 가진 기업이 적합하다.
네 번째 전략, 투자금은 단계별로 나누어 조달해야 한다
회생기업에 필요한 자금은 목적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회생 신청 전에는 급여와 원재료비를 위한 긴급 브리지 자금, 회생절차 중에는 영업을 지속하기 위한 DIP 금융, 인가 단계에서는 채무변제와 자본잠식 해소를 위한 M&A 자금이 필요하다. 회생 종결 후에는 신제품 개발과 매출 확대를 위한 성장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투자자에게는 과장된 미래 전망보다 수주잔고, 손익분기점, 13주 현금흐름, 자산가치, 채무조정 효과와 투자금 회수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신규자금의 용도와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상장폐지 후 ‘재상장’은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회생에 성공하면 곧바로 재상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다. 상장폐지 전에 회생과 M&A를 성공시키면 상장 유지 및 거래 재개를 추진할 수 있지만, 이미 상장폐지가 확정된 기업은 회생절차를 종결하더라도 신규 상장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장폐지 사유가 현실화되기 전에 대응하는 것이다. 주가 1,000원 또는 시가총액 기준에 근접한 시점이 아니라 영업현금흐름 악화, 차입금 연체 가능성, 감사의견 불확실성이 나타난 순간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주가가 아니라 기업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정부의 상장폐지 강화는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 압력이지만, 경쟁력 있는 기업에는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경고이기도 하다. 동전주가 된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주식병합, 테마사업 발표, 단기 유상증자로 시간을 버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상장기업의 진정한 생존전략은 ‘재무위험 진단→현금흐름 개선→회생절차를 통한 채무조정→전략적 M&A→신규 투자유치→감사의견 및 지배구조 개선→거래 재개와 정상경영’으로 이어져야 한다.
필자는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으로서 15년간 다수의 기업회생을 통한 M&A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유동성이 약한 많은 기업들을 경험하면서 내린 결론은 바로 M&A다. 기업회생은 마지막 장례절차가 아니다. 기술, 인력, 거래처와 시장이 남아 있는 기업에 다시 출발할 시간을 제공하는 제도다. 다만 그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법원의 결정이 아니라 경영자의 신속한 판단, 책임 있는 투자자, 전문적인 구조조정 실행력이다.
이제 상장기업은 ‘상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넘어 ‘시장이 다시 투자하고 싶은 기업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한국능률협회와 공동으로 9월 7일 ~11월 11일(월,수)에는 한국능률협회 이룸센터10층교육장에서 제24회 기업회생 CRO 및 기업구조조정 과정과 9월 2일 ~10월 30일(수,금)부터는 제5회 M&A지도사 과정을 진행한다.
[한국기업회생협회] www.kocota.org / 1800-52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