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상을 좇는 여인'은 영국 소설가 토머스 하디(Thomas Hardy. 1840∼1928)가 1893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하디의 소설은 주어진 환경이나 운명에 의해 희생당하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주의적인데 그의 소설들은 대부분 전체적인 분위기가 침울하고 비관적이며 게다가 섬세한 자연 묘사는 어두운 소설의 분위기 형성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토마스 하디가 살았던 당시는 빅토리아 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였고, 그의 소설들은 대개 이런 혼란의 시대 속에서 충돌하게 되는 두 세력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윌리엄 마치밀’과 ‘엘라’는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휴양도시 솔렌트에 온다. 그들 부부는 한 달 동안 휴가를 보낼 집을 구하던 중 바닷가 언덕에 있는 집에 세를 들게 되는데 식구가 많아서 여행 중이던 어떤 신사가 세 들어 있는 두 개의 방까지 양해를 구하고 사용하게 된다. 남편 마치밀은 총기도매업자로 돈을 잘 버는 사람이었고 겉으로 보기에 이들 부부는 잘 어울리는 듯 보였으나 성격이나 습관이 달랐다. 엘라는 남편 마치밀을 천하고 물질적이라고 생각했고 마치밀은 감수성이 뛰어난 엘라를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결혼생활 속에서 엘라는 '존 아이비'라는 필명으로 시를 썼고, 어느 날 비극적 주제의 시를 발표했는데 우연히 '로버트 트리위'라는 시인도 같은 주제로 발표를 했고 두 작품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우연히도 자신이 빌린 여행객의 방이 바로 트리위의 방이었다. 남편이 요트를 타거나 놀러 다닐 때 엘라는 트리위의 시를 암송하거나 트리위가 벽에 적어놓은 메모를 보며 점점 트리위에게 빠져들고 결국은 그를 사모하게 된다. 휴가 기간에 트리위를 만나기를 고대했으나 시간은 흐르고 휴가가 끝나 집으로 돌아온다.
그 후 아는 사람을 통해 트리위를 초대했으나 만날 수가 없었다. 그는 새롭게 발표한 시가 혹평을 받아 극심한 상처를 받고 자살했기 때문이다. 트리위는 친구에게 편지로 유서를 남겼는데 '자신을 이해해 주는 단 한 명의 여성이 있었더라면 살아갈 이유를 찾았을 것'이라는 내용이었고 엘라는 바로 그녀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절절한 아픔을 맛본다. 그 후 엘라는 넷째 아이를 낳게 되는데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죽는다. 죽기 전에 남편에게 고백을 하는데 휴가지에서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 있었던 트리위에 대해서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애인이 아닌 자신을 좀 더 이해해 주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숨을 거둔다.
재혼하게 된 마치밀은 우연히 서랍에서 죽은 시인의 사진과 머리카락을 발견하는데 막내아들과 시인의 머리카락 색깔이 똑같음을 발견한다. 남편은 뒤늦게 시인과 아내, 둘 사이를 의심하고 아이를 살펴본다. 배 속에 생명을 품은 채 외간 남자를 오매불망 바랐기 때문일까. 아이의 외모는 거짓말처럼 시인과 쏙 빼닮았다. 남편은 멀쩡한 자기 아이를 자신과 상관없다고 밀쳐내며 저리 가라고 외친다.
자기 혼자 열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죽음에 이른 아내 엘라, 여자의 섬세함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남편 마치밀의 가정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소통이 없는 부부의 삶이 어떻게 죄 없는 아이에게까지 불행을 가져다주는지를 잘 보여준다. 꼭 부부의 삶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애인, 친구, 동료 더 나아가서 정치와 사회 문화 등 세상을 함께 사는 모두가 소통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기중심적인 이기의 마음은 결국 외면, 불화의 반복으로 결국 파멸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민병식]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현) 시혼문학회 교육국장
현) 코스미안뉴스 칼럼니스트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2021 광수문학상
2022 모산문학상
2022 전국 김삼의당 시·서·화 공모 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아주경제신문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25 원주생명문학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