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묵향이 만든 ‘천상의 세계’…고암 이용완, 첫 개인전으로 마주한 서화의 시간

서예에서 사군자·문인화·불화까지 110점…금련산갤러리서 23일까지

중봉의 선질 좇아 이어온 반세기 가까운 작업…“나만의 글씨 찾으라는 스승의 가르침 새겨”

한 사람의 붓이 46년 동안 지나온 자리를 한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예가 고암(古巖) 이용완 작가가 부산 금련산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천상의 세계》를 열고 그동안 축적해온 서화 작업을 관람객에게 공개했다.

지난 18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부산 지하철 2호선 금련산역 역사 내 금련산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전시장에는 서예를 비롯해 사군자, 문인화, 불화 등 총 110점이 걸렸다. 오랜 기간 각종 공모전과 초대전,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여온 이용완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개인전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의 중심에는 46년 동안 이어진 필묵에 대한 탐구가 자리한다. 이용완 작가는 서화의 근본으로 꼽히는 중봉(中鋒)의 묵직한 선질을 자신의 작업에서 구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붓을 다뤄왔다. 붓의 중심을 유지하며 획을 운용하는 중봉은 글씨의 힘과 깊이를 좌우하는 전통 서예의 핵심적인 운필법 가운데 하나다.

이번 전시가 서예 한 분야에 머물지 않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문자와 선을 중심으로 한 서예에서 먹의 농담과 여백을 활용하는 사군자·문인화, 종교적 도상과 회화적 표현을 담은 불화까지 서로 다른 형식의 작품이 한 공간에 배치됐다. 110점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한 작가가 전통 서화를 익히고 자신의 표현 방식을 구축해온 과정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이 작가는 강포 김상용 선생에게 서예를 배웠으며 성재 이근섭, 설암 권옥현, 서암 김희진 선생에게 한문을 사사했다. 현재 고암서예원장을 맡고 있으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미술협회 이사를 역임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분과와 청남휘호대회, 부산미술대전 초대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작품 활동의 이력도 길다. 청남서예대상전과 한국미술협회·부산미술협회 서예부, 청남휘호대회 등에서 심사위원을 맡았으며 2001년 청남휘호대회 대상, 2003년 부산비엔날레 기념 휘호대회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특선 13회, 입선 18회의 수상 경력을 쌓았고 초대전과 그룹전 참여 횟수는 89회에 달한다.

그러나 작가가 이번 개인전을 설명하며 앞세운 것은 수상 경력이나 활동 이력보다 스승에게 들었던 한마디였다. 다른 사람의 글씨를 좇기보다 자신만의 글씨를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용완 작가는 “故 강포 김상용 선생님께서 ‘사람마다 얼굴과 성정이 다르듯 스승의 글씨를 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오직 책을 벗 삼아 공부하는 것이 너만의 글씨를 찾는 지름길’이라고 말씀하셨다”며 “그 가르침을 평생 마음에 새기며 이 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첫 개인전을 앞둔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서예와 문인화에 종사한 지 어느덧 46년이 흘렀고, 그동안 중봉의 묵직한 선질을 얻고자 정진해왔다”며 “막상 첫 개인전을 열고 보니 지나온 46년의 시간을 마주하는 것 같아 여전히 두렵고 떨린다. 그동안 쌓아온 시간을 관람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전시 기획에는 온라인 전시 플랫폼 찹아트(ChopArt) 이인상 대표가 참여했다. 이 대표는 “한 획 한 획에 46년의 시간이 그대로 쌓여 있는 것을 보면서 전시를 준비하는 내내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고암이라는 아호 아래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작업은 이번 개인전에서 하나의 긴 궤적으로 모였다. 《천상의 세계》는 완성된 결과물만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한 작가가 스승의 가르침에서 출발해 자신의 선을 찾기 위해 반복해서 붓을 들었던 시간을 펼쳐놓은 전시다.

이용완 개인전 《천상의 세계 — 서예, 사군자, 문인화, 불화》는 오는 23일까지 금련산갤러리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작성 2026.08.19 12:15 수정 2026.08.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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