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산업의 경쟁축이 대형 모델의 성능 경쟁에서 데이터센터와 전력, 네트워크를 포함한 컴퓨팅 인프라 경쟁으로 넓어지고 있다. 특히 내이멍구(内蒙古) 허린거얼((和林格尔)과 우란차부(乌兰察布)를 중심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녹색전력 기반의 컴퓨팅 시설이 확충되면서 AI를 하나의 산업 인프라로 보는 중국의 접근법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AI 산업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던 단어는 한동안 ‘대형 모델’이었다. 어떤 기업이 더 좋은 모델을 만들었는지, 같은 비용으로 얼마나 높은 성능을 구현했는지, 모델의 매개변수와 벤치마크 성능이 어느 수준인지를 놓고 경쟁이 이어졌다. 하지만 2026년 들어 경쟁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AI 기업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전력과 냉각, 네트워크 인프라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내이멍구 허린거얼과 우란차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변화는 단순히 데이터센터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AI 경쟁에서 필요한 자원이 알고리즘과 데이터뿐 아니라 반도체, 전력, 통신망, 냉각 설비, 토지와 운영 능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2026년 1월 내이멍구 현지 보도에 따르면 콰이서우(快手)는 허린거얼((和林格尔) 신구에 총투자액 100억 위안을 넘는 컴퓨팅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계약했다. 현지 보도는 이 시설이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콘텐츠 제작 등의 산업을 지원하고, 콰이서우의 전국 업무를 뒷받침하는 주요 거점이 될 것으로 설명했다.

허린거얼은 이미 대형 데이터센터가 모인 지역이다. 내이멍구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허린거얼 신구에는 화웨이와 바이트댄스 등을 포함한 62개 컴퓨팅센터가 집적됐으며, 전체 컴퓨팅 규모는 15만P, 지능형 컴퓨팅 규모는 14.3만P에 이른다. 여기서 P는 중국의 컴퓨팅 파워 통계에서 사용하는 연산능력 환산 단위를 말한다.
이런 흐름은 AI 인프라가 단순한 서버 보관시설에서 산업의 핵심 생산기반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영상 추천과 생성형 AI, 고해상도 영상 처리처럼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의 위치와 규모, 전력 효율이 기업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
내이멍구(内蒙古) 우란차부(乌兰察布)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2026년 8월 현지 및 중국 관영 매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란차부에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100개 넘게 들어섰고, 가동 컴퓨팅 규모는 17.2만P로 집계됐다. 지능형 컴퓨팅 비중은 95%를 웃돈다. 2026년 상반기 컴퓨팅 산업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대비 38.1%, 전력 사용량은 89.52% 증가했다.
특히 가동 컴퓨팅 규모는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이는 우란차부의 컴퓨팅 인프라가 단순한 계획 단계가 아니라 실제 운영 규모에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란차부의 경쟁력은 입지와 에너지에서 나온다. 현지 자료에 따르면 베이징과 연결된 144심(芯) 점대점 이중 광케이블의 단방향 최저 지연시간은 2.1밀리초다. 2025년 말 기준 신재생에너지 설비 규모는 2028.8만kW를 넘어섰고, 지역 전체 녹색전력 비중은 67%로 제시됐다. 여기서 144심이란 광케이블 안에 들어 있는 광섬유의 수가 144개라는 뜻이고, 다시 말하면 광섬유 144가닥을 하나의 케이블로 묶은 통신 케이블을 의미한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전력은 단순한 운영비가 아니다. 고성능 GPU를 대규모로 가동할수록 전력 공급과 냉각이 중요해진다. 전력 가격뿐 아니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전력과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경쟁 조건이 된다.
내이멍구의 ‘산전협력’, 즉 컴퓨팅과 전력을 결합하는 전략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이멍구 에너지국은 2026년 5월 허린거얼과 우란차부를 중심으로 ‘증량배전망+녹색전력 직공급’ 모델을 추진해 데이터센터에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며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8월에는 우란차부에서 또 하나의 상징적인 시설이 가동됐다. 원징테크놀로지(远景科技集团)의 ‘우란차부 싱허 기지(星河基地)’다. 현지 정부가 전재한 보도에 따르면 원징은 8월 6일 이 시설을 공식 가동했다. 건축 규모는 12만㎡로 축구장 약 20개에 해당하며, 백만 카드 병렬 처리 능력과 백만P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갖춘 것으로 소개됐다. 단지 전체 계획 용량은 2GW다.
원징 측은 이 시설을 ‘AI 컴퓨팅 슈퍼 싱글 유닛’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크기가 아니다. 수십만, 나아가 백만 단위의 가속기를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으려면 서버만 확보해서는 안 된다. 대규모 전력 공급과 냉각, 네트워크 연결, 저장장치와 운영 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싱허 기지가 자체 풍력발전과 전용선로를 활용해 녹색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구조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징은 이를 대규모 AI 클러스터를 위한 전력 기반시설과 연결해 설명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이 ‘서버의 숫자’에서 ‘전력과 컴퓨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내이멍구는 이미 ‘컴퓨팅 대국’의 규모를 확보했으며, 내이멍구 전체의 성장 속도도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있다. 내이멍구 공식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내이멍구 전체 컴퓨팅 규모는 31.5만P, 지능형 컴퓨팅 규모는 29.7만P로 모두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우란차부와 허린거얼의 컴퓨팅 규모는 각각 16.5만P와 12.5만P로 두 지역이 내몽골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컴퓨팅 규모 1위가 곧 AI 종합 경쟁력 1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다른 지역도 데이터센터와 AI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내이멍구의 종합적인 컴퓨팅 경쟁력을 평가할 때는 산업 생태계, 응용시장, 컴퓨팅 효율, 데이터 활용 능력 등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에서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로 경쟁 기준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딥시크의 움직임은 이 변화와 관련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딥시크가 내이멍구 우란차부에 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는 보도는 2026년 7월 말 나왔다. 블룸버그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딥시크는 우란차부에서 1GW 규모의 컴퓨팅 능력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컴퓨팅 자원은 2027년 말 또는 2028년 초 가동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다만 칩 종류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고, 딥시크의 공식 발표로 확인된 사안은 아니다.
딥시크가 우란차부에 데이터센터 관련 인력을 채용했다는 보도도 있다. 2026년 4월 공개된 채용 정보에서 우란차부를 근무지로 하는 데이터센터 고급 납품관리자와 고급 운영 엔지니어 직무가 등장했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이를 ‘딥시크가 1GW 데이터센터를 완공했다’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확인 가능한 것은 우란차부에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확대하려는 계획이 보도됐고, 관련 데이터센터 인력 채용 움직임이 확인됐다는 정도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딥시크는 효율적인 모델 설계로 이름을 알린 기업이다. 만약 대규모 자체 인프라 구축이 실제로 진행된다면 이는 알고리즘 효율성과 컴퓨팅 규모 확대가 서로 배치되는 전략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효율적인 모델을 만드는 것과 더 많은 실험·학습·추론을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은 동시에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 AI 산업을 볼 때 ‘어느 기업의 모델이 더 좋은가’만 물어서는 부족하다. ‘누가 얼마나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했는가’도 봐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그 컴퓨팅 자원을 어떤 전력으로 가동하는지, 데이터센터의 가동률은 어느 정도인지, 냉각과 네트워크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확보한 컴퓨팅 파워를 실제 AI 서비스와 산업 현장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는지도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내이멍구 전략은 단순한 데이터센터 건설사업이 아니다. 전력과 컴퓨팅을 결합하고,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며, 나아가 컴퓨팅 자원을 AI 서비스 생산에 투입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려는 시도다. 우란차부는 이 전략을 ‘컴퓨팅 공장’에서 ‘토큰 공장’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우란차부는 2025년 ‘토큰의 수도’ 3개년 실행계획을 발표했고, 2026년부터 2028년까지 표준화된 토큰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현지 자료는 이를 기존의 컴퓨팅 자원 임대 중심 모델에서 대형 모델용 토큰 생산 서비스로 확장하는 전략으로 설명한다.
한국 AI 산업이 중국의 데이터센터 규모를 단순히 따라가는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AI 산업의 비용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읽는 일이다. AI 모델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연산량도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가격뿐 아니라 전력과 냉각, 네트워크 비용이 AI 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AI 정책도 모델 개발과 인재 육성만으로 끝낼 수 없다. 반도체, 전력, 데이터센터, 통신망, 냉각기술, 에너지저장장치, 클라우드와 AI 서비스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야 한다. 특히 한국처럼 국토가 넓지 않고 전력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 국가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입지와 전력 공급을 산업정책 차원에서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내이멍구에서 보여주는 사례의 핵심은 ‘가장 큰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AI를 하나의 산업 인프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대형 모델 경쟁이 끝났다는 의미도 아니다. 오히려 모델 경쟁이 지속될수록 그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할 수 있는 컴퓨팅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AI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모델 성능, 반도체 확보량과 함께 데이터센터 가동률, 전력 효율, 네트워크 지연시간, 컴퓨팅 비용, 데이터 활용 능력, 실제 서비스 생산성을 함께 봐야 한다.
중국내이멍구의 움직임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선명한 사례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좋은 모델을 만드는 능력과 그 모델을 지속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잘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중국 AI 산업의 다음 단계를 읽으려면 모델 순위표만 볼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반도체와 네트워크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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