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o가 생성형 음악 서비스에서 본격적인 음악 제작 환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8월 13일 공개한 Suno Studio 2.0은 MIDI 편집, 웨이브테이블 신시사이저, 자동화, 오디오 이펙트, 고도화된 스템 분리 기능을 추가하며 기존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이 갖춘 제작 환경에 한층 가까워졌다. 특히 자연어로 원하는 음향 효과를 설명하면 AI가 실제 플러그인을 만들어주는 기능은 기존 DAW와 다른 방향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SUNO Studio 2.0의 다양한 플러그인 들 : (출처) AI이미지
기본 이펙트만으로도 믹싱 작업 가능
Studio 2.0에는 기본 오디오 효과가 탑재됐다. 공식 안내 기준으로 컴프레서, 컨볼루션, 딜레이, 디스토션, EQ, 게이트, 리버브 등 7개 효과를 제공한다. 이 가운데 사용자가 기본적인 믹싱과 사운드 디자인에서 자주 접하는 6개 핵심 효과를 살펴보면 Studio가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다.
컴프레서(Compressor)는 소리의 다이내믹을 조절하는 효과다. Studio에서는 사이드체인 기능도 지원해 킥이 들어올 때 다른 트랙의 볼륨을 눌러주는 이른바 펌핑이나 덕킹 효과를 만들 수 있다.
EQ(Equalizer)는 주파수별 음량을 조절한다. 불필요한 저역을 줄이거나 보컬의 존재감을 높이는 등 트랙별 음색을 다듬는 데 사용한다.
리버브(Reverb)는 소리에 공간감과 깊이를 더한다. 건조한 보컬이나 악기에 가상의 공간을 부여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절할 수 있다.
컨볼루션(Convolution)은 실제 공간의 음향 특성을 담은 임펄스 응답을 활용해 보다 구체적인 공간감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리버브보다 실제 공간의 특성을 반영하는 데 초점을 둔다.
딜레이(Delay)는 원래 소리를 시간차를 두고 반복해 에코 효과를 만든다. 템포와 시간에 맞춰 반복 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
디스토션(Distortion)은 신호를 의도적으로 변형해 거칠고 강한 질감을 만든다. 기타뿐 아니라 보컬과 신시사이저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게이트까지 더해 각 효과를 트랙별 체인에 배치하고 순서를 바꿀 수 있다. 효과를 우회해 원음과 비교하거나 프리셋을 저장하고 불러오는 기능도 제공한다. 모든 효과는 실시간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파라미터를 조절하면서 결과를 바로 들을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플러그인을 사용하는 것’에서 ‘플러그인을 만드는 것’으로 Studio 2.0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기본 이펙트의 종류가 아니다. 사용자가 직접 플러그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Suno는 Studio의 채팅창에 원하는 효과를 자연어로 설명하면 AI가 작동 가능한 오디오 플러그인을 만들어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따뜻한 테이프 딜레이를 만들고 약간 흔들리는 느낌을 넣어달라’거나 ‘드럼이 크게 칠 때 필터가 열리는 효과를 만들어달라’는 식으로 요구할 수 있다. 이후 결과를 대화로 수정하고 저장해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기능의 의미는 단순히 ‘AI가 플러그인을 대신 개발한다’는 데 있지 않다. 지금까지 DAW에서는 사용자가 이미 존재하는 플러그인을 선택하고 파라미터를 조절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Suno Studio는 사용자가 머릿속에 있는 소리의 특징을 설명하고 그 설명을 실제 제작 도구로 바꾸는 방향을 제시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자연어로 원하는 결과를 설명하고 AI가 코드를 생성하는 ‘바이브코딩’과 비슷한 흐름이 음악 제작 환경에 들어온 셈이다. 다만 Suno의 플러그인은 일반적인 VST나 AU를 생성하거나 불러오는 방식이 아니라 Studio 내부의 실시간 처리 엔진에서 작동하는 자체 플러그인이다. 현재 VST와 AU 등 서드파티 플러그인 형식은 지원하지 않는다.
MIDI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DAW와의 접점도 넓어져
Studio 2.0은 MIDI를 직접 가져오고 녹음하고 편집할 수 있도록 했다. 피아노 롤에서 음표를 그리거나 옮기고 길이와 벨로시티를 조절할 수 있으며 외부 MIDI 컨트롤러도 연결할 수 있다. 컴퓨터 키보드를 활용한 연주 기능에는 코드 모드와 아르페지에이터도 포함됐다.
특히 Suno의 MIDI는 전통적인 DAW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된다. MIDI 클립을 새로운 오디오 생성을 위한 입력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직접 연주한 멜로디나 코드 진행을 MIDI로 입력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오디오를 생성하는 식이다. 즉, 사람이 음의 구조를 제시하고 AI가 음색과 편곡을 확장하는 협업 방식이 가능해졌다.
자동화 기능도 추가됐다. 트랙과 플러그인의 파라미터를 시간에 따라 변화시키는 자동화 곡선을 그릴 수 있어 볼륨이나 패닝, 효과의 움직임을 보다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여기에 웨이브테이블 신시사이저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AI 음악 편집기를 넘어 하나의 제작 환경을 구축하려는 방향이 분명해졌다.
기존 DAW와의 경쟁은 이제부터
Suno Studio가 Ableton Live, Logic Pro, FL Studio, Pro Tools 등 전통적인 DAW를 당장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현재 Studio는 VST와 AU를 지원하지 않아 기존에 보유한 서드파티 플러그인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경쟁의 기준 자체를 바꿀 가능성은 있다.
전통적인 DAW의 핵심 경쟁력이 정교한 편집 기능과 플러그인 생태계, 하드웨어 연동에 있다면 Suno가 제시하는 방향은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얼마나 빠르게 설명하고 실행할 수 있는가’에 가깝다.
특히 플러그인 제작까지 자연어 인터페이스에 들어오면서 DAW의 확장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기존에는 개발자가 플러그인을 만들고 사용자가 선택했다면, 앞으로는 음악가가 자신의 작업 방식에 맞는 효과를 직접 설명하고 AI가 이를 제작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예컨대 특정 장르의 보컬에만 적용할 독특한 공간계 효과, 특정 드럼 패턴에 반응하는 필터, 곡의 후렴구에서만 질감이 변하는 특수 효과처럼 기존 플러그인 목록에서 찾기 어려운 기능도 대화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 부분이 실제 제작 과정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확장될지는 앞으로 검증해야 할 영역이다.
Suno Studio 2.0의 진짜 경쟁력은 기존 DAW의 기능을 하나씩 따라가는 데만 있지 않다. 생성형 AI를 음악 제작 과정의 한 기능으로 넣는 수준에서 벗어나, AI가 제작 환경 자체를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바꾸는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기존 DAW가 ‘도구를 준비하고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었다면 Suno는 ‘원하는 음악적 결과를 설명하고 도구까지 만들어 사용하는’ 작업 흐름을 제시한다. MIDI, 자동화, 신시사이저, 실시간 이펙트가 갖춰진 상황에서 여기에 자연어 기반 플러그인 제작까지 결합되면서 Suno Studio가 기존 DAW와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출발선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재의 기능은 여전히 발전 단계에 있다. 서드파티 플러그인 호환성 같은 전통적인 DAW의 강점이 남아 있고,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사용자가 얼마나 세밀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음악 제작자가 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플러그인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변화는 DAW의 미래를 논할 때 빼놓기 어려운 흐름이 됐다.
Suno Studio 2.0이 앞으로 어떤 수준까지 제작 환경을 확장하고, 기존 DAW들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AI 음악 시장을 넘어 음악 소프트웨어 전체의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다. 지금까지의 변화보다 앞으로 추가될 기능과 사용자 생태계의 확장이 더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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