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를 둥글게 깎는 마음
부제 : 인공지능 시대가 묻고, 삶이 답하는 미래인재
며칠 전 시의 연구원에서 진행된 「미래인재 역량 강화 연구과제 설명회」에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모든 아이가 미래인재”라 하면서 시의 행정, 공공 및 민간 기관들과의 연계와 협력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습니다. 책임연구원은 지역 내 200여 개의 인재 육성 사업, 아동·청소년 사업 문헌을 꼼꼼히 검토하여 오늘의 모임 당사자들을 선발했다고 합니다. 문헌 검토의 범위에 살짝 놀랐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일 잘하는 사람 특유의 기본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각자의 시간을 할애한 이들을 위해 선별 포장했다는 다과도 참 정갈했지만, 무엇보다도 시선을 끈 것은 ‘둥근 타원형으로 다듬어 놓은 메모지’였습니다.
메모지 모서리들에 손 베일까 봐 타원형으로 둥글게 처리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작은 것 하나하나가, 그 이후의 이어질 연구 내용 전체에 대한 깊은 신뢰감으로 연결됐습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섬세함을 참 오랜만에 마주했습니다. 책임연구원, 공동연구원, 그리고 실무를 돕는 위촉연구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빈틈없이 분담했기에 이런 세심한 준비가 가능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향한 감수성이 실력과 결합이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시 교육 부서, 청소년부서, 인재육성재단, 여성·청소년재단, 독립운동기념관, 가족센터, 다문화센터, 이주노동자 지원센터, 체육 관련 단체, 환경단체, 도서관 업계 등등 다양한 기관들이 각자의 사업을 소개하고, 협업 희망 지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열띤 이야기를 경청하던 중,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년 동안 이 분야에 일을 해왔는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 ~~~라도 하는 척“이라는 시늉이라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저도 오랜만에 손을 들고 조심스레 한마디를 보탰습니다.
문득 얼마 전 방한했던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방송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 인재상에 관한 질문에 AI로 인해 지식은 상향평준화 될 것이기에 진정한 인재의 세 가지 조건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평소 공감했던 헤드라인이었기에 젠슨 황의 이야기와 저의 생각을 덧붙여 미래형 인재의 핵심 역량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는 ‘견디는 힘(회복탄력성)’이 뛰어난 사람이 인재입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이 점점 더 빠르게, 단시간에 금방금방 결과를 바라는 세상입니다. 주식의 급등락에 일희일비하듯, 인생의 결실마저도 단숨에 얻으려 합니다. 상처를 안 받을 수 없다면 그 상처에 절절매는 것이 아니라 툭툭 털고 일어나는 힘, 그 단단한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미래를 살아갈 진짜 인재입니다. 저희집에서 다시 도전하는 청년1인이 있습니다. 응원하고 싶습니다.
둘째는 '타인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사회적 관계와 예의상의 축하, 접대성 박수에는 익숙합니다. 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타인의 행복과 성공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인간이 지닌 본능적인 시샘과 질투를 거두어내는 것은 성직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흔히 부모 외에는 타인의 성공을 온전히 기뻐해 주는 이가 없다고들 합니다. 그렇기에 질투를 넘어 타인의 성취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람, 그 '진심'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사람이 귀한 인재입니다. 나 역시 곁에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싶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벗이 되고 싶기도 합니다.
셋째는 '친절한 사람'입니다.
손해 보지 않으려는 똑똑하고 영민한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친절은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대체 불가능한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 친절의 출발점은 타인만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친절'에서 출발하면 좋겠습니다. 지치고 상처받은 자신의 감정에 먼저 친절하게 귀 기울이고, 스스로를 따뜻하게 응대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향한 다정함이 단단하게 채워졌을 때, 비로소 상대방을 향한 진정한 친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 초등 3학년 이서로라는 소년이 있습니다. 참 다정하고 친절한 아이입니다. 홀로 있는 어른에게 말을 건네는 아이입니다. 언젠가 아이스크림을 주었더니, 다른 동생들에게도 줄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아이입니다. 그 아이로 인해 다른 이들도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었지요. 그 아이를 볼때마다 미래인재 같습니다.
교회에서 소년부 교사로 청소년들의 성장에 관심이 있으며, 동시에 청년들과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집에서는 청소년 청년의 자녀를 둔 부모입니다. 동시에 다른 누구도 아닌, 오늘을 살아내는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합니다.
나는 오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힘을 품고 있는가.
이웃의 기쁨에 온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는가.
그리고 오늘 하루, 타인에게 뻗는 손길만큼이나 나 자신에게 먼저 모서리를 깎아낸 둥근 친절을 베풀었는가.
설명회장을 빠져나오며, 손끝에 닿았던 둥근 메모지의 온기를 오늘 다시 가슴에 담아봅니다.
#모서리둥글게깎는마음#회복탄력성#진심어린축하와친절
■ 저자 소개
▷ 대표 이력 : 26년간 사회복지사로 민간, 공공, 행정기관에서 일함.
진심 담은 삶의 이야기 글쓰기 작가
▷ 대표작 :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 『서울 하늘에 UFO가 등장하면 누가 담당인가요?』 저자
▷ 이메일 등 :
bibleprey@hanmail.net, https://www.facebook.com/biblep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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