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늘 행복을 갈구하지만, 정작 행복이 어디에 머무는지는 알지 못한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행복은 단순한 쾌락이나 유능함이 아니라, 인격을 갖춘 삶에서 온다”고 단언한다. 행복은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내면의 성숙도에 비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격이라는 단단한 성벽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으며, 홀로 지낸다고 해서 완성되지도 않는다.
인격은 타인과의 부딪힘 속에서, 그리고 그 부딪힘을 포용하는 ‘사랑’이라는 비옥한 토양 위에서만 자라나는 생명체와 같다. 김형석 교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사랑이 인격을 키우고, 그 인격이 다시 행복의 완성이 된다는 선순환의 원리를 가르쳐 준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관계의 실타래로 엮여 있다. 때로 갈등과 상처가 발생할 때, 우리는 흔히 시시비비를 가리려 애쓴다. 그러나 정호승 시인은 “관계가 힘들 때 사랑이 먼저다”라는 따뜻한 처방전을 건넨다. 모든 논리를 앞서는 것이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임을 깨닫게 하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복잡 미묘한 사랑을 네 가지—에로스, 스토르게, 필리아, 아가페—로 나누어 정의했다. 이 네 가지 층위는 우리가 인격을 쌓아가는 단계와도 맞닿아 있다.
첫 번째 얼굴은 ‘에로스(Eros)’다. 단순한 이성 간의 끌림을 넘어, 아름다움과 진리를 향한 뜨거운 갈망을 뜻한다.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할 때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생명력을 얻으며, 이는 인격을 깨우는 첫 번째 불꽃이 된다.
두 번째는 ‘스토르게(Storge)’, 즉 혈연의 따스한 사랑이다. 김형석 교수가 강조한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의 따뜻함”이 바로 이 지점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무조건적인 품 안에서 우리는 타인을 신뢰하는 법을 익힌다. 이 안식의 경험이 있어야 건강한 인격의 기초가 마련된다.
세 번째는 사회적 성숙을 이루는 ‘필리아(Philia)’다. 가치관을 공유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친구 사이의 사랑이다. 나를 비워 타인의 자리를 만들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은 인격 수양의 가장 치열한 현장이다. 필리아는 우리를 ‘우리’라는 광장으로 인도한다.
마지막 정점은 ‘아가페(Agape)’다. 자신의 이익을 구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헌신이다. 아가페적 사랑을 실천하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자기중심적인 삶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나보다 공동체와 타인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는 헌신은 사회 전체에 희망의 등불을 밝힌다.
결국 인생이라는 긴 여정은 사랑을 통해 인격을 빚어가는 과정이다. 에로스의 열정으로 생의 의지를 다지고, 스토르게의 온기로 영혼을 채우며, 필리아의 우정으로 세계를 넓히고, 아가페의 헌신으로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인격은 사랑을 먹고 자라며, 행복은 그 인격의 크기만큼 우리 곁에 머문다. 관계가 흔들리고 삶이 팍팍해질 때마다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삶. 그리하여 사랑이 충만한 인격으로 참된 행복을 누리는 삶. 앞으로 그렇게 살아야겠다.
[문용대]
한국수필 수필문학상 수상
문학고을 소설문학상 수상
지필문학 창립10주년기념 수필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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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학 부회장, 지필문학 이사
수필집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영원을 향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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