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제 완전히 변해 버렸다. 바깥세상에는 거의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다. 여러 날 동안 나는 오직 내 안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내 마음 가장 깊은 곳, 어둡고 감추어진 밑바닥에서 쉼 없이 흘러가는 검은 물결의 소리에만 몰두해 있었다.
- <데미안> 중에서
36세 되던 해에, 인생의 위기가 왔다. ‘바깥세상에는 거의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전교조 활동을 하며, 멋진 선생님들을 많이 보았다. ‘같은 교사인데, 저들은 어찌 저렇게 멋있단 말인가!’
나도 멋진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대학원에 가서 철학을 공부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그런 ‘아카데믹한 공부’는 내게 아무런 길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았다. ‘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아내랑 같이 절에 갔다. 대웅전에서 참배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내에게 나직이 말했다.
“자기야, 나 교직 그만두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고 싶어.”
아내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 후 학교에 사표를 던지고, ㅈ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ㅎ 문학예술 연구원에서 시 공부도 했다. 며칠 동안 술을 마셔도 온몸에 힘이 넘쳤다. 바닥을 치고 올라온 마음은 바람처럼 가벼웠다. 나는 내 속으로 깊이깊이 파고 들어갔다.
‘내 마음 가장 깊은 곳, 어둡고 감추어진 밑바닥에서 쉼 없이 흘러가는 검은 물결의 소리에만 몰두해 있었다.’
나는 뒤풀이 시간에 자주 울음을 터뜨렸다. 자전거를 타고 벌판을 달리며 마구 울부짖었다. 내 안에는 너무나 많은 검은 물결이 흘러가고 있었다. ㄷ 문학 모임에 초대받고 가서는 벌컥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 판을 깨기도 했다.
오래된 우물물은 썩는다고 한다. 다 퍼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눈물로 다 쏟아 낸 것 같다.
차츰 마음이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가끔, 내 깊은 곳에 있는 맑은 마음이 언뜻 보이기도 했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