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두(成都)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청두시인공지능산업발전촉진방법(成都市促进人工智能产业发展办法)》이 2026년 9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청두의 AI 정책은 개별 지원사업을 넘어 기술혁신, 산업생태계, 핵심 요소, 안전과 거버넌스를 포괄하는 제도 단계로 들어섰다.
인공지능 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연산능력과 데이터,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기술이 실제 산업과 사회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중국 成都가 AI 산업을 대상으로 별도의 지방정부 규정을 마련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청두시인공지능산업발전촉진방법(成都市促进人工智能产业发展办法)》은 2026년 7월 28일 청두시인민정부령(成都市人民政府令) 제247호로 공포됐으며, 같은 해 9월 1일부터 시행됐다. 모두 6장 36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규정은 AI 기술혁신, 산업생태계 조성, 요소자원 배치, 산업 거버넌스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부분은 AI를 특정 기술산업으로만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규정은 AI 산업 발전의 원칙으로 ‘사람 중심, 과학기술 선도, 응용 중심, 안전 통제’를 제시하고 기술개발부터 산업 활용, 안전관리까지 하나의 정책 체계 안에서 다루고 있다. 청두(成都)의 산업 기반도 이러한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제시된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청두에는 대형·초대형 산술시설 14곳이 구축됐으며, 전체 산술 규모는 약 3만P에 이른다. AI 관련 상하류 기업은 1200곳에 이르고 핵심 산업 규모는 1500억 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소개됐다.
여기서 말하는 ‘전체 산술 규모는 약 3만P’라는 말의 의미는 컴퓨팅 성능(算力, computing power)을 나타내는 단위의 앞글자인 P를 사용한 것으로 중국 AI 산업에서 말하는 솬리(算力)(산술력·연산력)는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등에 필요한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GPU나 AI 가속기의 성능을 FLOPS(초당 부동소수점 연산 횟수)로 나타내며, 여기서 P는 Peta(페타, 10¹⁵)를 의미한다.
이런 규모라면 다음 단계의 과제는 단순히 기업 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기술과 자본, 데이터와 인재가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규정은 이 점에서 세 가지 축을 제시한다.
첫째는 기술혁신과 산업화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이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성과를 산업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신세대 지능형 단말, 체화지능, AI 에이전트 등 새로운 기술 영역의 발전을 촉진하고, 기술성과의 전환과 산업화를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둘째는 AI 활용 영역의 확대다. AI를 제조업에만 적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비스업과 농업, 교육과 의료·건강, 노인 돌봄, 지역사회 관리, 공공안전, 교통과 응급관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 산업정책과 도시정책을 AI라는 하나의 축으로 연결하려는 접근이다.
셋째는 산업 발전과 안전관리의 병행이다. 규정은 연산력·알고리즘·데이터를 핵심 요소로 보고 인재와 자금, 네트워크, 에너지 등 기반 요소에 대한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동시에 모델과 알고리즘, 데이터 자원,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의 안전 역량을 강화하고 AI 기술과 산업에 대해 포용적이고 신중한 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규제 완화’와 ‘규제 강화’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AI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는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가 산업 발전을 막을 수 있지만, 반대로 규칙이 지나치게 느슨하면 안전과 윤리 문제가 산업 자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청두가 택한 방식은 일단 정부 규칙으로 제도를 시행하고 현장에서 검증한 뒤 필요하다면 상위 단계의 법제화로 발전시키는 접근이다. 자료에서는 이를 ‘규정 선행-실천 검증-법규 승화’라는 단계적 입법 경로로 설명한다.
이 방식이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신흥산업 정책에서 모든 제도를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설계하기는 어렵다. 특히 AI는 기술의 발전 속도와 산업 구조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정책 역시 일정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다만 유연성이 곧 예측 불가능성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인재 확보에 나서려면 어떤 분야를 지원하는지,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안전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책 신호가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따라서 청두의 이번 규정에서 더 중요한 것은 조문의 숫자보다 정책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있다. 지원 대상 기업이 실제로 연구개발 성과를 산업화하는지, 산술 인프라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 데이터와 알고리즘 관련 제도가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지, 의료·제조·도시관리 등 응용 현장에서 AI 도입이 얼마나 확산되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거버넌스 분야의 성과는 산업지원 정책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AI 윤리와 안전 문제는 특정 시점의 규정 하나로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 변화에 따라 규칙을 조정하면서도 기업과 시민이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청두의 사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산업 육성 경쟁은 이제 기업 유치나 보조금 경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연산력과 데이터, 인재, 응용시장, 규제 체계가 서로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규정은 청두가 그 경쟁에서 제도 자체를 산업 인프라의 하나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규정을 시행했다고 산업 경쟁력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어떤 기업이 혜택을 받고 어떤 기술이 산업 현장에 안착하는지, 안전과 혁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결국 AI 산업정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지원책을 발표했는가’보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얼마나 안정적인 제도 안에서 성장시키는가’에 달려 있다.
청두의 9월 1일은 새로운 정책의 시행일인 동시에 그 정책이 현장에서 검증되기 시작한 날이다. 앞으로 주목할 것은 규정 자체가 아니라 규정 이후 나타나는 기업의 변화, 기술의 산업화, AI 활용의 확산, 그리고 안전관리 체계의 작동 여부다. 신흥산업 입법의 실험은 법령 공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그 유효성을 입증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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