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나일강 크루즈 4부 룩소르 아크로폴리스

여계봉 대기자

 

룩소르 서안 '죽은 자의 도시(네크로폴리스)'가 있는 왕가의 계곡을 벗어나서 펠루카를 타고 동안에 있는 '산 자의 도시(아크로폴리스)'로 넘어간다. 수천 년 전부터 나일강을 오고 간 삼각돛을 단 작은 범선 펠루카의 하얀 돛 아래에 앉아 방금 다녀온 왕가의 계곡을 바라본다.

 

펠루카에서 바라본 룩소르 서안의 '죽은 자의 도시'

 

나일강은 농사를 지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에게는 축복이었다. 나일강은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중요한 교역 루트였고 사후세계로 연결해 주는 통로였다. 그래서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들은 나일강의 동안을 따라 서 있고, 현재 이집트의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인 관광도 나일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룩소르 동안은 사람들이 수천 년 전의 신전 속에서 산다. 숫양 형상을 한 아문신에게 헌정된 카르낙 신전은 현존하는 신전 가운데 최대 규모인데 동서 540m, 남북 600m다. 아직 10%밖에 발굴되지 않았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다. 중왕국 시대 2천 년에 걸쳐 증축된 이 신전은 태양신 라와 결합한 아문의 대표 신전으로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카르낙의 부속 신전인 룩소르 신전까지 3km였던 스핑크스 에비뉴는 현재 복원 중이다. 카르낙 신전에서는 나일강 범람을 축하하는 오페르 축제를 매년 열었는데, 이곳에서 매년 태양신 아문과 그의 처 무트, 아들 콘수의 신상을 배에 싣고 3km 떨어진 룩소르 신전까지 옮기는 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다고 한다. 첫 번째 탑문에는 스핑크스들이 도열해 있는데 아문을 상징하는 숫양의 발 사이에는 람세스 2세가 있다. 

 

 카르낙 신전 정문에 도열해 있는 스핑크스

 

44m 높이의 탑문을 지나 두 번째 마당에 들어서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높이 23m, 둘레 5m의 파피루스 석주 74개가 2중으로 도열해 있는 대열주실은 람세스 1세때 지었는데 원기둥마다 섬세한 부조 장식과 이집트 상형문자로 장식되어 있고 열주 위에는 연꽃 문양을 새겨놓았다. 

 

파피루스 기둥에 새겨진 아름다운 부조

 

파라오들의 취임식장이기도 한 넓은 공간에는 상하 이집트 통일의 정당성을 표현한 부조와 시삭왕의 '이스라엘을 정복' 기록된 조각이 있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신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지성소는 파라오만 들어갈 수 있는 신성한 곳이었다. 오늘은 한꺼번에 이곳을 찾은 이방의 파라오들 때문에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세 번째 탑문을 나오면 합세수트여왕과 그녀의 아버지 투트모스1세의 오벨리스크가 나온다. 파라오가 태양신 라에 헌신하는 오벨리스크에는 파라오의 힘과 능력을 과시하고 자신을 칭송하는 내용이 고대 이집트문자로 적혀있고 피라미드 모양의 끝은 금이나 은으로 덮어 햇빛이 반사되도록 했다. 

 

 합세수트여왕과 그녀의 아버지 투트모스1세의 오벨리스크

 

얼마 전까지 근처 호수에 누워있던 또 하나의 합세수트 여왕의 오벨리스크는 광장으로 옮겨서 세워 놓았다. 오벨리스크는 나일강이 범람할 때 펠루카에 싣고 와서 황소로 여기까지 이동한 후 모래 절벽을 쌓고 피라미드 부분을 끈에 묶고 절벽에서 끈을 당겨 세운 후 모래 벽을 제거하여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새로 세워진 합세수트 오벨리스크 옆에는 다산과 풍작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쇠똥구리 굴리는 모습의 스카라베 조각상이 있다. 스카라베 상을 7번 돌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쇠똥구리 주위를 돈다. 

 

다산과 풍작을 기원하는 스카라베 상

 

카르낙 신전을 다 둘러본 후 마차를 타고 석양에 물들어가는 룩소르의 시가지와 재래시장을 구석구석 누빈다. 시장 골목은 우리네 전통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마차는 복잡한 시장 골목을 비집고 들어간다. 이윽고 나일강 옆에서 아름다운 조명을 밝히고 있는 룩소르 신전에 도착한다.

 

룩소르 신전은 카르낙 신전의 부속 신전으로 기원전 1500년대 파라오였던 아멘호프 3세가 건립했으나 기원전 1200년 파라오였던 람세스 2세가 증축했다고 한다. 룩소르 신전은 저녁 무렵이 아름답다.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나일강을 굽어보며 서 있는 룩소르 신전은 절로 경외심을 들게 한다. 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연결하는 약 2.7㎞의 도로는 '스핑크스의 길'로 불리며 나일강 범람 시기에 아문신과 아문신의 자식으로 여겨지는 파라오의 번영을 기원하는 '오페트 축제'(Opet Festival)에 이용되었다고 한다.

 

북쪽의 카르낙 신전으로 통하는 길이 2.7km 폭 76m의 '스핑크스의 길'

 

룩소르 신전은 태양신 아몬을 위한 신전으로, 길이가 180~200m, 폭이 40~70m이다. 정문 외벽에는 람세스 2세가 힛타이트족을 물리친 카데시 전투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입구에는 25m 높이의 오벨리스크와 6개의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석상이 있다. 오벨리스크는 원래 2개였는데 투르크의 알리 총독이 프랑스의 대형 시계와 교환하여 자기 모스크 안에 설치하는 바람에 프랑스로 팔려 간 오벨리스크는 파리의 콩코드광장에 홀로 서 있다.

 

 은은한 조명에 물든 룩소르 신전 입구

 

탑문 안쪽에 있는 광장에는 람세스 2세의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좌상과 입상이 서 있다. 의자에는 히타이트 제국과 벌인 카데시 전투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룩소르 신전의 많은 석상들은 람세스 2세가 세운 것이다. 30세에 파라오에 즉위한 그는 67년간 이집트를 지배하며 이집트를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왕국으로 만들었다. 룩소르 신전의 규모는 카르낙에 뒤져도 고대 도시 테베의 랜드마크 답게 람세스 왕가가 일궈낸 고대 이집트의 영광을 대표한다. 

 

신전 안에서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아멘호텝 3세의 광장

 

람세스 2세 광장을 지나 열주 회랑이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광장 왼쪽에 이슬람교를 룩소르로 데려온 책임을 맡았던 아부 알 하그가를 기념하기 위한 이슬람 모스크가 세워져 있다. 이집트 신전 내에 이슬람 사원이 생뚱맞기는 하지만 로마 시대에는 성당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신전이 처음 지어졌던 시기에서 문명과 역사가 변화하면서 다시 이용되고 재해석되는 것은 수용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역사의 한 페이지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접목되어 그 깊이만큼 켜켜이 쌓이는 나이테처럼 세월의 흔적이 짙어진 느낌이다.

 

룩소르 신전 안에 있는 아부 할 하그가 모스크

 

신전 모퉁이를 돌 때마다 벽에 새겨진 조각상과 그림들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이 신전을 짓고 증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아멘호테프 3세, 람세스 1세, 세티 1세, 람세스 2세의 그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후로도 로마인들과 기독교인들 또한 이 신전에 영향을 끼쳤다 하니 시대를 거쳐온 수천 년의 흔적들이 그대로 반영된 채 자리한다.

 

룩소르 신전의 열주회랑

 

룩소르 신전은 마치 과거 연대기들로 가득한 역사책 같다. 카데슈 전투, 오페트 축제 등이 담겨 있고 거대한 사원 기둥들, 오벨리스크 등에서도 신화 같은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다. 열주회랑과 아메노피스 3세 광장과 태양 광장을 지나니 조명 빛이 은은한 가운데 신전은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룩소르 신전은 저녁 무렵이 아름답다.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나일강을 굽어보며 서 있는 룩소르 신전은 절로 경외심을 들게 한다. 신전 앞에 있는 나일강이 바라보이는 의자에 기대 비현실적인 주홍빛 석양을 바라보면 그 감정은 가히 절정에 달한다. 

 

 룩소르 나일강의 야경

 

어두운 신전을 빠져나와 강가 언덕에 서니 룩소르 서안에서 본 모래색 빛 추억이 동안에 부는 바람을 타고 나일강으로 천천히 흩어진다.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사는 룩소르의 풍경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는 것으로 보아 4박 5일 일정의 나일강 크루즈 대장정이 비로소 끝났음을 실감한다. 

 

 

[여계봉 대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6.09.09 10:14 수정 2026.09.10 09:43

RSS피드 기사제공처 : 코스미안뉴스 / 등록기자: 여계봉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AI부동산경제신문 부동산 30초 브리핑 2026년 9월 30일(수)
신규창업vs인수창업?
AI광고 영상 제작부터 광고 송출까지 가능한 광고대행사 준콤
자신의 분야에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는 뉴스 더초이스
합법적 채무탕감 개인회생! 당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개인회생상담 ..
️ 미국 핵심광물에 20억 달러 이상 투자…한국엔 위기일까, 기회일까? ..
인류와 지구의 더 나은 미래, 행동하는 환경 저널 '에콜로지 코리아(EC..
선무도 #골굴사 #전통무예 #친일반민특위
권리금 분석은 어떻게?
더초이스 비즈니스 어워즈 고객의 선택과 신뢰를 공식적인 브랜드 가치로 증..
[준콤] 서오릉장어대장_엘리베이터광고_30초(2026)
두산위브더제니스 부천, 더블역세권 49층 2,008가구 대단지 주목!
KTX·SRT 하나의 앱으로 예약!코레일+#KTX #SRT #코레일플러스..
계좌의 내 돈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친환경 캐릭터 굿즈로 소비자 마음 사로ᄌ..
독립 운동가 김시현
요즘 비트코인 근황
유기농 유정란 가격 비교
서울 줍줍 충정로역 자이르네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도는 어떻게?
허경환 유행어 총출동! 판촉물은 세종기프트
천재 강아지 다이빙
스프링힐스, 친환경 골프장으로 18ᄒ..
선무도 골굴사 #반민특위 #korean #독창성 #골굴사 #선무도 #..
해외부자들은 코인을 얼마나 들고 있을까? (2편)
귀농귀촌매뉴얼북이 PDF책으로 나왔습니다. 잎새영상
서울 줍줍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
전문가의 필요성?
유튜브 NEWS 더보기

리더경제 주택·세수·암 치료제까지, 국내 핵심뉴스 5https://www.leader-economy.kr/n...

리더경제 7월 수출은 63% 급증했지만 대기업 비중은 75.2%https://www.leader-econom...

리더경제뉴홈 모기지 1.9~3.0% 확정…40년 총이자는?https://www.leader-economy.k...

리더경제 AI가 복지·세금을 잘못 안내하면?https://www.leader-economy.kr/news/4...

리더경제 ‘역사 왜곡’ 대 ‘공작 DNA’https://www.leader-economy.kr/news/47...

리더경제 한국산 드론도 최대 15% 관세…미국 생산 압박 본격화https://www.leader-econo...

12월부터 위반건축물 양성화, 이런 집만 풀립니다 | 성진용 퍼스트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리더경제 세계 인구 99%가 기준 밖 공기에 노출 https://www.leader-economy.kr/n...

리더경제 코로나 연체 6조3천억, 전부 탕감?https://www.leader-economy.kr/news/...

리더경제 터미네이터보다 먼저 돌아온 디워https://www.leader-economy.kr/news/470...

리더경제️ 조희대 증인 채택…국감에서 확인할 두 가지 기록https://www.leader-economy.k...

살인 사건에서 AI 시대 제1언어가 된 한글의 비밀 : 왕이 권력을 포기하자 일어난 기적

한국어와 한글이 어떻게 다른가? 반나절이면 배우는 한글, 평생 걸려도 못 푸는 한국어

리더경제반도체 문도 열렸을까?https://www.leader-economy.kr/news/470474#리더...

리더경제️DMZ 현장조사https://www.leader-economy.kr/news/470473#리더#경제...

리더경제️ 유시민 “국민을 속였다”…검찰개혁 쟁점은https://www.leader-economy.kr/ne...

리더경제️ 대법관 한 자리https://www.leader-economy.kr/news/470437#리더#경...

리더경제 정치권 앞 빈 장바구니…추석 민심은?https://www.leader-economy.kr/news/...

리더경제️ PF센터 접수하면 47조8천억 지원?https://www.leader-economy.kr/news...

리더경제 애플 첫 폴더블폰, 주가는 왜 하락?https://www.leader-economy.k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