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과 광주가 하나의 광역 행정체제로 통합되는 지난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하면서 광주와 전남은 새로운 광역 행정체제 아래 지역 발전과 도시공간 재편의 전환점을 맞았다. 행정통합을 통한 미래 성장 전략과 함께 지역이 축적해 온 역사와 공간의 기억을 어떻게 기록하고 보존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노후 건축물의 철거와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공간의 흔적을 디지털 데이터로 남기는 아카이빙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의 대표적인 장기 미완공 건축물인 서진병원이 철거 협의 중인 가운데, 호남백과사전 광대역스캔이 첨단 3D LiDAR 기술을 활용해 건축물의 공간정보를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서진병원은 1982년 9월 27일 착공한 지하 2층, 지상 12층, 대지면적 6,890㎡ 규모의 대형 의료시설이다.
공사 과정에서 세 차례 설계변경을 거쳤으며, 1988년 건축주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제한적인 공사가 이어지다가 1995년 무렵 공정률 약 60% 수준에서 사실상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유치 계획과 연관된 시설로 거론됐던 서진병원은 완공되지 못한 채 30년 넘게 도심에 남아 있다.
현재 철거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건축물의 안전과 도시환경 개선뿐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공간의 역사와 정보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지고 있다. 장기 방치 건축물의 정비가 철거 비용과 부지 활용에만 집중될 경우 지역의 개발 역사와 공간적 흔적을 기록할 기회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호남백과사전 광대역스캔은 서진병원 최초 방문에 이어 다시 현장을 찾아 1박 2일 동안 지하 2층부터 지상 12층까지 오르내리며 12시간 이상 3D 공간정보 수집 작업을 진행했다.
오랜 시간 공사가 중단된 계단과 복도, 층별 구조와 미완성 공간을 직접 이동하며 건축물의 현재 모습을 디지털 데이터로 남겼다. 이번 작업은 FJDynamics의 한국 공식 딜러인 일진에스씨테크와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됐다.
FJDynamics의 TRION P2·S2 등 휴대용 3D LiDAR 스캐너는 SLAM 기반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실내외 공간을 포인트클라우드 데이터로 기록할 수 있다.
특히 S2는 VIO와 RTK GNSS 기술을 결합해 공간정보 수집을 지원한다. 확보된 데이터는 정합과 후처리를 거쳐 3D 모델링과 디지털 트윈 구축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3D Gaussian Splatting(3DGS) 기술과 연계하면 건축물의 과거 모습을 실감형 가상공간으로 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철거 이후에는 동일한 공간정보를 다시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아카이빙은 단순한 폐건축물 촬영과 구별된다. 현장에서 12시간 이상 이어진 기록은 건축물의 현재를 미래에 전달하기 위한 작업이자 도시의 변화 과정을 보존하는 기초자료 확보라는 의미를 갖는다.
현장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이번 작업을 통해 디지털 기록의 필요성과 지역사회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광대역스캔 마크강은 서진병원의 공간정보를 남기는 일이 철거 이전의 건축물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가 지역의 과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를 축적하는 과정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12시간 이상 지하와 지상을 오르내리며 진행한 작업은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공간을 데이터로 남기는 시간이었으며, 향후 광주와 전남의 다양한 건축물과 생활공간으로 기록 활동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업 이틀째 현장에 함께 참여한 수페그린협동조합 윤채홍 이사의 참여 역시 주목된다.
지역 협동조합이 첨단 공간정보 기술을 활용하는 현장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술기업과 지역사회 조직의 협력 가능성을 보여줬다. 호남백과사전 참여는 지역의 역사적 가치가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시설과 골목, 사라지는 생활공간에도 축적돼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공간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주민의 기억과 연결한다면 지역 정체성을 보존하는 디지털 역사자료로 발전시킬 수 있다.
호남백과사전은 FJDynamics의 한국 공식 딜러인 일진에스씨테크의 호남총판대리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FJDynamics는 GNSS·LiDAR 기반 측위와 정밀 3D 스캐닝,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디지털 공간정보 및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일진에스씨테크는 국내 산업 현장에 관련 장비를 공급하며 디지털 트윈과 피지컬 AI 기반 스마트 솔루션의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일진에스씨테크는 2025년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소개된 호남백과사전의 관련 활동은 첨단 기술을 지역 기록과 사회적 가치 창출로 연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광대역 3D 스캐닝 기술은 노후 건축물의 아카이빙뿐 아니라 건설·토목 현장 관리, 지하시설 안전 점검, 재난 및 사고 현장 보존, 산림환경 분석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지역의 공간정보가 지속적으로 축적된다면 AI 기반 분석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도시관리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민간 기술기업과 협동조합, 지역 기록 주체가 협력하는 방식은 지역 단위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새로운 모델로 검토할 만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2026년 7월 출범은 행정구역의 통합을 넘어 광주와 전남의 역사와 공간정보를 어떻게 연결하고 보존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제시한다.
도시재생의 성과를 철거된 건축물의 수나 새롭게 조성된 시설의 규모만으로 평가해서는 지역이 축적해 온 시간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장기 방치 건축물의 정비를 추진할 때 철거 이전의 3D 기록조사와 설계도면, 행정자료, 주민 구술기록 등을 함께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광주와 전남의 근대건축물, 폐산업시설, 폐교, 농어촌 생활공간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디지털 아카이빙을 추진한다면 통합특별시의 도시·지역 변천사를 입체적으로 기록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공공기관과 지역기업, 협동조합, 연구기관이 협력해 수집된 자료의 보존과 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첨단 장비를 통한 데이터 수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대가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의 공공적 자산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서진병원의 철거 협의는 장기 방치 건축물의 정비와 함께 도시의 기억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묻고 있다. 호남백과사전 광대역스캔이 1박 2일 동안 이어간 12시간 이상의 현장 기록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다.
이는 한 건축물의 마지막 모습을 남기는 작업이자 지역의 공간정보를 미래로 전달하는 디지털 기록의 출발점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새로운 도시 발전의 청사진을 그리는 시점에서 과거의 흔적을 기록하는 일 역시 중요한 정책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철거는 건축물의 물리적 수명을 끝낼 수 있지만 그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까지 지울 이유는 없다. 도시재생의 가치는 무엇을 새롭게 세웠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기억하고 남겼는가에서도 드러난다. 서진병원의 12시간은 앞으로 광주와 전남 전역으로 확장돼야 할 도시 아카이빙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진에스씨테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