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양홍석] 눈물의 미학

▲양홍석/전)문화체육관광부 일반직고위공무원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우리의 삶은 눈물골짜기를 통과 하며 성숙해 간다. 지난날 새천년준비위원회에서 이어령 장관을 모시고 일 한 적이 있다. 삶의 새로운 지혜를 배우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주옥같은 말씀 중에 마지막 세상을 떠나며, 남겨준 말이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피와 땀방울보다 나 자신과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에 공감을 주었다. 눈물은 단순히 안구를 보호하는 세정액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슬픔과 기쁨, 그리움과 헤어짐, 그리고 신앙의 고백이 응축된 가장 정직한 감정을 표현해준다. 눈물이야말로 영혼을 씻어내는 가장 투명한 생명의 언어라는 생각이다.

 

나는 요즘 들어 부쩍 눈물을 흘릴 일이 많았다. 집안 친척과 학창 시절 동기들이 세상을 떠나 돌아올 수 없는 먼 길로 떠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온기를 나누던 이들이 한 줌의 가루가 되어 담긴 유골함을 마주했다, 사랑하는 이를 영원히 떠나보내기 전, 장례 지도사가 마지막 이승에서 가장 예쁘게 단장한 얼굴을 어루만지며, 오열로 작별하는 입관을 지켜보기도 했다. 우리도 언젠가 가야 하는 똑같은 길이 아닐까. 삶의 허무와 애틋함이 뒤섞인 뜨거운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언뜻 눈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 눈물의 본질을 찾아 눈물 미학에 관한 생각들을 더듬어 본다

 

어느 시인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다고 노래한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완성된 삶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각양각색의 눈물을 흘러가야 하는 긴 여정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은 눈물의 양상에 따라 다채롭게 채색되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가장 행복한 벅찬 순간에도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이산가족과 상봉, 해후, 자녀의 첫걸음마를 보았을 때나, 고된 노력 끝에 얻은 결실의 눈물은 슬픔의 눈물보다 더 진한 광채를 띤다. 반면, 좌절과 실패를 하거나 꿈이 꺾였을 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흐르는 눈물은 가장 아픈 상처의 흔적을 남긴다. 사랑하는 부모와 배우자를 먼저 잃었을 때, 우리는 눈물을 통해 상실을 인정해가야 한다.

 

그런가 하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말 한 구절에, 문득 고향 냄새와 추억에 젖어, 홀로 회고의 눈물을 짓기도 한다. 세월 따라 주름골이 깊어가며, 이국땅으로 터전을 옮겨간 친구들의 안부 한 토막이나 빛바랜 앨범 사진 한 장에, 핑 도는 향수의 눈물은 시리도록 그립고, 우리가 지나온 길이 헛되지 않았음을 상기시켜준다.

 

더 나아가 눈물은 신앙의 영역에서 가장 거룩한 힘을 발휘한다. 밤마다 눈물로 침상을 적셨던 다윗왕의 회개 눈물이나, 방탕한 아들이 돌아오기를 눈물로 기도하며, 성어거스틴 이라는 성자를 길러낸 어머니 모니카의 눈물 기도는 종교적 승화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눈물의 기도는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신의 은총을 구하는 가장 낮은 자세의 고백이기도 하다.

 

이처럼 눈물은 결코 약함의 상징이 아니다. 눈물은 ‘희망의 씨앗’이다. 우리의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마음 응어리를 씻어주고, 카타르시스의 기쁨과 심리적 치유를 가져다준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억지로 웃음을 짓고, 눈물을 꾹꾹 눌러 참으며 살아가는 걸까. 이제, 울고 싶을 때, 체면 벗고, 마음껏 눈물을 쏟아붓자. 눈물로 씻긴 눈은 세상을 더 맑게 보고, 눈물로 젖은 가슴은 타인의 아픔을 더 깊이 안아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파고 앞에서 때로는 엉엉 울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정직한 눈물이야말로 메마른 우리 삶에 단비가 되어, 다시 일어설 결단과 새 힘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 내 뺨을 적시는 눈물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더 깊고 강 같은 평화가 마음에 넘쳐나는 내일을 맞이하자.

 


양홍석

전)문화체육관광부 일반직고위공무원

전)2014인천아시안게임 행사본부장

전)강원랜드 카지노본부장



작성 2026.01.10 20:16 수정 2026.01.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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