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집은 한 번 읽고 그대로 덮게 되지만, 어떤 시집은 오래도록 곁에 남아 문득문득 다시 펼치게 된다. 하숙형 시인의 두 번째 eBook 시집 『미로 속의 러브게임』은 분명 후자를 지향하는 작품으로, 청춘과 인생, 사랑과 이별을 감성의 언어로 촘촘히 엮어낸 서정시집이다.
첫 시집을 낸 지 불과 몇 달 만에 선보인 신작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데, 짧은 호흡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가는 젊은 시인의 부지런함이 그 안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번 시집은 작가와 출판사 사이트 플랫폼을 통해 독자와 만나며, 북큐브와 예스24 등 온라인서점에서 3,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디저트 한 개 값에 가까운 가격이라 지갑을 여는 손이 가볍고, 가격의 문턱을 낮춘 만큼 더 많은 독자가 부담 없이 시의 세계로 걸어 들어올 수 있게 됐다.
문학의 진입 장벽을 슬며시 허무는 이런 시도는, 시집이 특별한 취향을 가진 이들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린 위안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일깨운다.
『미로 속의 러브게임』은 사랑과 이별에서 번지는 감정을 섬세하게 붙드는데, 설렘과 그리움, 상실과 기다림이 시집 전반에 결을 이루며 흐른다.
부제 '이별소나타'가 말해 주듯 이별 이후의 감정과 기억이 서정적으로 되살아나고, 여기에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절인 청춘을 향한 지지와 격려의 시들이
더해져 온기를 넓힌다. 사랑을 지나온 상처와 청춘의 설렘을 나란히 품은 덕분에, 이 시집은 세대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읽히는 폭을 지녔다.
제목이 암시하듯 사랑을 하나의 게임에 빗대면서도, 작가는 그 승부의 이면에 놓인 아픔과 성장을 놓치지 않는다. 관계가 시작되고 흔들리다 이별의 미로에 접어드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이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배워 가는 여정임을 자연스럽게 곱씹게 된다. 감정을 과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 이런 태도가 오히려 깊은 공감을 자아내며, 『미로 속의 러브게임』이 여느 사랑시와 결을 달리하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다.
차분하게 이어지는 문장들은 요란한 기교 대신 진솔한 감정의 결에 무게를 두는데, 그래서 『미로 속의 러브게임』은 화려한 인상 대신 오래 스미는 여운으로 기억된다. 특별한 사연이 없어도 누구나 한 구절쯤 자신의 이야기로 읽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은 시와 오래 멀어져 있던 이들에게도 다시 책장을 넘길 이유를 넌지시 건넨다. 바쁜 하루의 끝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싶을 때, 조용히 곁을 지켜 주는 쉼표 같은 존재가 되어 주는 셈이다.
여기에 이 시집의 수익금 일부가 기부로 이어질 예정이라는 사실은 작품의 의미를 한층 두텁게 한다. 작품을 즐기는 동시에 선한 뜻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시를 고르는 마음이 그대로 나눔의 마음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착한 소비'를 고민하는 독자에게 이번 시집은 반가운 선택지가 된다.
작가는 다시 펼쳐 보고 싶은, 마음에 오래 남는 시집을 바란다고 밝혔고, 필사하기 좋은 애송시집이자 곁에 두고 소장하고 싶은 '친구 같은 시집'을 꿈꾼다는
그의 말과 출간을 도운 플랫폼 관계자를 향한 감사의 인사에는 진심이 배어 있다. 사랑과 청춘의 온기를 오래 나누고 싶은 독자에게 이번 시집은 곁에 두기 좋은 한 권으로 남을 만하다.
낮은 가격과 선한 취지, 그리고 진솔한 감정이 한데 어우러진 만큼, 스스로를 위한 위로로도, 아끼는 이에게 건네는 선물로도 부담 없이 손이 가는 작품이다.
짧은 간격으로 세계를 넓혀 가는 시인의 다음 걸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미로 속의 러브게임』이 남긴 반가운 여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