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사건 처리 과정과 관련해 사건을 사실과 다르게 종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경찰관이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한 뒤 석방되면서 ‘체포적부심’ 절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에 체포된 피의자가 법원에 체포의 적법성과 계속 체포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심사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수사기관의 체포 단계에서 피의자의 신체 자유가 부당하게 제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절차다.
경찰 출신 형사전문변호사인 장준희 변호사(법률사무소 민앤정)의 설명을 바탕으로 체포적부심의 절차와 구속적부심과의 차이, 법원이 심사 과정에서 살펴보는 주요 요소를 짚어봤다.
체포적부심과 구속적부심, 어떤 차이 있나
체포적부심과 구속적부심은 모두 수사 단계에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고 있는 피의자가 법원에 그 적법성과 필요성을 심사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어느 단계에서 청구하는지에 차이가 있다.
체포적부심은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됐거나 긴급체포 또는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가 법원에 체포 상태를 심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수사기관이 체포한 피의자를 계속 구금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정한 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체포적부심 역시 체포 직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진행되는 신속한 권리구제 절차라는 특징을 갖는다.
구속적부심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 피의자가 구속된 이후 진행된다. 구속된 피의자가 현재의 구속이 적법하고 계속 필요한지를 다시 법원에 심사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따라서 체포적부심과 구속적부심 모두 석방 여부와 관련된 제도지만, 체포 단계인지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절차가 구분된다.
체포 후 신속하게 진행되는 법원의 심사
형사소송법에 따라 체포된 피의자 본인을 비롯해 변호인과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등 법에서 정한 사람은 관할 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다.
적부심 청구가 접수되면 법원은 수사기관이 제출한 관련 기록과 피의자 측이 제출한 자료 등을 검토하고 피의자를 심문한다. 이 과정에서 체포가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와 현재까지 체포 상태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특히 긴급체포의 경우 법률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긴급체포가 가능한 범죄에 해당하는지, 긴급하게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해야 할 사정이 존재했는지, 체포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가 준수됐는지 등이 개별 사건에 따라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피의자의 방어권이 적절하게 보장됐는지도 살펴볼 부분이다. 체포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법에서 정한 사항이 제대로 고지됐는지를 비롯해 체포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도주·증거인멸 가능성도 주요 판단 요소
체포 절차에 특별한 문제가 없더라도 피의자를 계속 체포 상태에 둘 필요가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될 수 있다.
법원은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피의자의 주거와 신원이 명확한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있는지, 관련 증거를 훼손하거나 사건 관계인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체포적부심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주장만 제시하기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한 주거와 직업, 가족관계 등 도주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사정과 수사 협조 여부, 이미 확보된 증거의 범위 등도 사건에 따라 고려될 수 있다.
다만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피의자가 석방됐다는 사실이 곧 해당 피의자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체포적부심은 피의자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본안재판이 아니라 체포 당시와 심사 시점에서 신체의 자유를 계속 제한할 법적 근거와 필요성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절차다. 석방 이후에도 수사는 계속될 수 있으며 향후 수사 결과와 확보된 증거에 따라 별도의 형사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이번 제주 실종사건과 관련한 경찰관 역시 긴급체포 이후 체포적부심을 청구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결정 이유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면 법원이 어떠한 사정을 결정적으로 고려했는지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적부심 인용을 해당 경찰관에 대한 무혐의 판단이나 수사 자체의 부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법률사무소 민앤정 장준희 형사전문변호사(경찰출신)는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의 체포가 법률상 요건과 절차를 갖췄는지, 그리고 피의자의 신체 자유를 계속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를 법원이 신속하게 심사하는 권리구제 절차다. 체포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과 함께 도주나 증거인멸 가능성, 수사 협조 여부 등 개별 사건의 사정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는 사실만으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된 것은 아니므로 적부심 결정과 향후 수사 및 유·무죄 판단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