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편지에 아내에게 인정받는 남편이란 과연 가능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지요. 목요일 이후에도 아내의 서운한 감정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는데요. 불현 듯, 지인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답안지를 베껴 쓰고 거짓말을 해서 크게 화가 났을 때, 그는 AI에게 어떻게 해결할지 물었다고 합니다. AI가 알려준 조언대로 대화했더니 감정적 폭발 없이 지혜롭게 훈육을 마쳤다면서 이렇게 덧붙이더군요.
“전 세계 사람들이 이와 같은 사례로 A.I에게 물어볼텐데, 왜 답이 없겠어. 가장 적절한 대답을 제시해 주겠지.”
이 대화가 떠오르면서 저 또한 답답한 마음으로 A.I에게 우리 부부의 상황을 설명하고 가장 최선의 방법을 문의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마음도 충분히 이해해주면서 아내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꼈을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대화를 풀어가면 좋을지 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줍니다.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가르쳐 준 그대로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마법처럼 상황이 해결되더군요.
“어우르고, 매만져주고, 북돋아주는 진짜 관계’는 역시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내면의 근육, 즉 타인과 진심으로 관계 맺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위 문장은 예전 목요편지에 제가 했던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저는 A.I의 조언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자가당착처럼 느껴지더군요.
동시에 A.I가 인간보다 관계를 더 잘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면,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지 궁금해 집니다.
A.I는 아내의 서운함을 알려줄 수 있고. 갈등 상황에서 피해야 할 말과 도움이 되는 대화법도 알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눈을 바라보며 그 말을 직접 건네고 ‘이 사람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관계를 맺어나가는 건 제 몫이겠죠.
AI를 아예 배제하기보다는 ‘참고서’로 여기면서 현실의 삶 속에서 직접 살아내는 것. 어쩌면 앞으로의 인문학은 AI와 경쟁하는 공부가 아니라, AI를 지혜롭게 활용하며 끝내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공부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